요즘 아이들에게 존경하는 인물을 물으면서 이순신 장군과 같은 역사 속 위인의 이름을 듣기 기대한다면 큰 오산이다. 요즘 아이들에게 영웅은 위인전 속의 영웅이 아니라 빌 게이츠와 같은 세계적인 갑부나 박지성, 보아와 같은 유명인이다. 각 분야에서 최고이면서 돈 잘 버는 부자들이다.
그동안 과학기술자들은 연구에만 몰두하고 돈이나 명예 따위에는 관심 없는 사람들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과학기술자들도 돈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지난 주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KRISS(한국표준과학연구원)는 중견기업 미성포리테크와 ‘촉각센서를 이용한 초소형 마우스 및 터치스크린’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였다.
기술이전료는 최하 325억원이고 매출 증가에 따라 2,000억원까지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가 2000년에 통과시킨 기술이전촉진법에 따르면 기관은 기술이전료의 50 %를 연구자들의 기여도에 따라 분배해야 한다. 연구책임자 김종호 박사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부자가 되었다.
우수인재의 이공계 기피현상 등과 같은 현실을 감안할 때 기술이전에 따른 큰 규모의 기술료 수입은 아주 고무적인 일이다. 특히 변호사, 의사 등을 선호하는 이 시대에 부자 과학자를 배출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김 박사가 부자가 되려고 연구를 한 것은 아니었고, 이번 쾌거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더더욱 아니다. 지난 30년 KRISS는 세계적 수준의 힘 국가측정표준 확립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고, 우수한 기술력을 확보해 놓고 있었다.
동네 친구들과 100m 경주를 할 때는 아무 옷이나 운동화를 신고 달려도 되지만 올림픽 경기에 나가려면 영양 및 체력관리, 특수 운동화, 특수 운동복, 다른 선수들의 기량과 특성, 운동장 상태 등을 연구해야 한다.
국가측정표준을 확립하려면 기초부터 단단히 다져진 연구기반이 필수적이다. 김 박사팀은 1996년 미세 힘 표준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였고, 표준 확립에서 얻어진 능력을 바탕으로 2002년 ‘로봇용 촉각센서 개발’에 착수하였다.
과학기술의 성과확산을 위해 과학기술부(현 교육과학기술부)는 ‘국가연구개발사업 등의 성과평가 및 성과관리에 관한 법률’을 2006년에 제정하였고,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는 기술이전 촉진법을 통해 기술거래소를 설립하고 TLO사업을 추진하여 연구성과를 성공적으로 기술 이전할 수 있도록 돕는 각종 제도를 마련하고 적극 지원했다.
정부 정책에 발맞추어 KRISS는 필자가 취임한 후 연구 성과의 확산을 촉진하기 위해 산업지원팀, 지적자원경영팀을 신설하였고, 부장급 전문가를 스카우트하고 변리사를 채용해 인적 재정비를 단행했다.
또 연 2회 특허주간을 마련하고 특허 발굴 및 기술이전을 활성화시켰다. 촉각센서의 경우 효과적 기술이전 지원을 위해 별도의 T/F를 구성하고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지원을 통해 최상 조건의 기술이전 계약을 성공시킴으로써 부자과학자가 나올 수 있었다.
이번 기술이전은 정부의 꾸준한 지원, 성과 확산과 기술거래를 활성화시킨 제도적 뒷받침, KRISS 자체의 노력이 삼위일체가 되어 이루어낸 쾌거이다. 필자는 지난 주 전직원 대상 월례포럼에서 직원 여러분들이 부럽다고 말했다.
경영자인 필자보다 연구현장에 있는 직원들이 부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제 과학기술자 부자 만들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우리 과학기술인도 세계적인 부자가 되어 기부와 사회공헌 등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진 꿈나무들의 희망이 되길 기원한다.
정광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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