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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소실 한 달… 숭례문, 가렸다고 잊을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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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소실 한 달… 숭례문, 가렸다고 잊을텐가

입력
2008.03.0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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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 of sight, out of mind’(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라더니, 그 말이 딱 맞네요. 이렇게 빨리 잊혀질 줄 누가 알았겠어요. 만신창이가 된 숭례문만 서글프겠죠.”

7일 화재 참사 한달(10일)을 앞두고 찾아본 숭례문 복원 현장. 숭례문의 아픔을 느끼기 위해 운집했던 시민들을 추억할 수 있는 것이라곤 가림막에 빼곡히 적힌 글들뿐, 포근한 날씨에도 숭례문 주변은 온종일 썰렁했다.

이따금 삼삼오오 몰려나온 직장인들이 담배 연기 한 줌씩을 뿌려놓고 사라질 뿐, 참사 초반처럼 숭례문을 보며 가슴사무쳐 하던 이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충남 천안시에서 숭례문을 보려고 아이들과 함께 현장을 찾은 유연호ㆍ이윤희씨 부부는 “불에 탄 부분을 조금이라도 볼 수 있게 해줬더라면 숭례문에 대한 애틋하고 절절한 마음이 더 오래 남았을 것”이라며 “가림막을 두르는 바람에 더 빨리 잊혀지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 했다.

높이 15m, 길이 300여m의 가림막 한쪽에 가로 20m, 세로 5m 크기의 투명창이 설치돼 있지만 가림막을 지지하는 비계들과 누각을 둘러싼 임시가설 덧집이 숭례문을 꼭꼭 숨기고 있어 이곳이 일반 공사장인지 숭례문 화재 현장인지 분간할 수 없게 했다.

중구청 숭례문관리소 직원들은 “그렇게 많았던 사람들의 발걸음이 한 달도 채 안돼 뚝 끊기다시피 했다”며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는 숭례문이 불쌍하고 가엾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관리사무소는 화재 후 현장 질서 유지 업무를 맡고 있지만, 이젠 그마저도 한가한 일이 돼버렸다.

복원작업 어디까지…

숭례문 주변에서는 복원 작업을 위한 임시 덧집 씌우기 공사가 한창이다. 숭례문 복원 공사를 위해 누각 가까이에 칼라강판(금속기와)과 채광용 반투명 플라스틱(FRP)을 얹은 뒤 또 다른 가림막으로 사방을 둘러쳐 전천후 작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다른 한켠에서는 국립문화재연구소 직원들이 현장에서 수거한 부재에 표식판을 붙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화재 이후 지금까지 연인원 1,000여명이 동원돼 부재들을 수거했는데, 이들 부재는 경복궁에 마련될 별도 보관소로 옮겨지게 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표식판 부착 작업은 거의 마무리 단계”라며 “경복궁에 부재 보관소가 마련되는 4월 중순께 옮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부재가 이전되고 덧집 설치가 끝나면 지금처럼 높고 긴 가림막은 필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원 준비 공사를 지켜보던 배경숙(70ㆍ경기 수원시)씨는 “언론에서 숭례문 소식이 사라져 궁금해서 올라왔다”며 “빠르게 끓었다가 식는 한국인들의 냄비 근성이 600년 문화재를 태워 먹었는데, 다시 한달도 안돼 숭례문을 고스란히 잊어버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씁쓸해 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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