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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빼내고 매각 추진 '전형적 먹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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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빼내고 매각 추진 '전형적 먹튀'

입력
2008.03.06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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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이번엔 中 비오이하이디스 'LCD 기술유출' 조사기술진 중국으로 데려가 새 합작법인 설립 집중투자적자 방치로 법정관리… 대만서 인수 땐 '이중 유출'

비오이하이디스 사건은 중국의 ‘한국기업 기술 빼내기’가 얼마나 노골적으로 이뤄졌는지, 산업기술 보호에 대한 국내 인식이 얼마나 미약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비오이하이디스의 비극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03년. 1989년 현대전자(하이닉스반도체의 전신)의 초박막 액정표시장치(TFT-LCD)사업본부로 출범했던 이 업체는 2001년 하이닉스에서 분사했으며, 2003년 1월 중국 비오이(BOE)그룹에 인수돼 비오이하이디스라는 새 이름을 얻게 됐다.

이후 비오이그룹의 행보는 이른바 ‘먹튀’의 전형이었다. 비오이그룹은 인수 직후 국내 회사 기술진을 대거 중국으로 데려가 자신들이 세운 합작법인인 비오이오티(BOE-OT)의 LCD 공장 설립 작업에 투입했다. 첨단산업인 LCD 공장 설립은 그 자체가 기술력의 뒷받침 없이는 이뤄지기 어려운 작업이다. 더구나 이들 국내 기술진 대부분은 지금도 비오이오티에 재직하고 있다. 비오이하이디스 인수 후 불과 2년만인 2005년 비오이오티의 중국 공장에서는 중국 최초의 5세대 LCD 제품들이 양산되기 시작했다. 공장 설립 단계부터 5세대 LCD 양산까지 우리 기술진의 기술력이 대거 투입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반면 비오이하이디스는 철저하게 버림받았다. 비오이그룹의 투자는 전적으로 비오이오티에 집중됐다. 오히려 1억 달러 이상의 비오이하이디스 자금이 비오이오티에 투자됐다. 중국 휴대폰과 노트북용 2~3.5세대 LCD가 주력 생산품인 비오이하이디스는 갈수록 경쟁력을 잃어갔다. 2003년 984억원의 영업흑자를 기록했던 이 업체는 2004년 37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2005년에는 적자액이 무려 1,092억원에 달했다.

한계상황에 봉착한 비오이하이디스는 그룹에 신규 투자를 요청했지만 되돌아온 것은 “3,200개의 핵심기술을 이전하면 투자를 하겠다”는 적반하장식 답변이었다. 결국 비오이하이디스는 2006년 9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애초부터 비오이그룹은 비오이하이디스의 기술을 빼낸 뒤 버리겠다는 생각이 더 강했던 셈이다. 이 사례는 국내에 기술유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고, 산업기술유출 방지 및 보호법 제정의 촉매로 작용했다.

더 큰 문제는 비오이하이디스의 기술이 이번에는 대만으로 유출될 위기에 놓였다는 점이다. 법원은 지난해 11월 대만의 프라임뷰인터내셔널(PVI)을 비오이하이디스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지만 결정을 돌이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물론 검찰이 빠른 판단을 내려줄 경우 사정이 달라질 수 있지만 수사도 쉽지는 않아 보인다. 이 사안 역시 상하이자동차로의 쌍용자동차 기술유출 의혹과 마찬가지로 합법적 인수ㆍ합병(M&A) 과정에서의 기술유출 의혹이라 산업기술유출 방지법의 테두리 밖에 있는 사안이다. 중국, 대만에 잇따라 우리 기술을 빼앗겨도 눈 뜨고 지켜볼 수 밖에 없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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