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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M&A 기술유출엔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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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M&A 기술유출엔 '속수무책'

입력
2008.03.06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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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기술유출 의혹에 이어 국내 대기업 L사의 PDP공장 설치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기술 유출에 대한 경각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해외 선진국들은 ‘기술유출과의 전쟁’ 수준의 강경책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미흡한 점이 적지 않다.

1996년 경제스파이법을 제정한 미국은 외국 기업 및 정부기관 등과 연계된 영업비밀의 유출 행위에 대해 산업스파이죄를 적용해 엄단하고 있다. 1988년 제정된 이른바 ‘엑손-플로리오 법’은 대통령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할 것으로 판단되는 글로벌 인수ㆍ합병(M&A)을 막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20년 전에 M&A을 통한 기술유출 방지 대책을 세워뒀다는 얘기다.

일본 역시 이른바 산업스파이 방지법으로 불리는 ‘기술정보 적정관리법’ 제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기업에서 기술 관련 정보를 빼내기만 해도 처벌이 가능하도록 법규를 강화할 방침이다. 지난 연말에는 외국 기업이 일본 기업에 투자할 때 당국에 사전신고해야 하는 핵심 기술을 20개에서 157개로 대폭 확대했다. 역시 M&A를 통한 기술유출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가 깔려 있다. 독일은 대외경제법을 통해 방위산업체를 해외에 매각할 경우 핵심 기술을 이전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 중국도 2003년 제정한 국가안전법을 통해 산업기밀 누설 행위를 중형으로 처벌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부터 ‘산업기술유출 방지 및 보호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 법은 국가가 산업기술, 핵심기술로 지정한 기술을 해외에 유출했을 경우의 처벌 규정을 담고 있다. 이 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한 부정경쟁방지법이 사실상 유일한 관련 법이었다.

그러나 이 법 역시 M&A로 인한 기술유출 가능성에 대비하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비판을 받고 있다. 법 초안에는 해외 기업이 국내 기업을 인수할 경우 당국의 사전 심의를 받도록 했으나 막판에 제외됐다. “해외 기업의 국내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은 “기술유출이 우려되는 M&A는 산업자원부 장관에게 사전 신고해야 하며 산자부 장관은 M&A를 중지시킬 수 있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아직까지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17대 국회 폐회를 앞둔 시점인 만큼 이 개정안은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된 논의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할 상황이라는 얘기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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