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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공공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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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공공도서관

입력
2008.03.06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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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은 ‘온갖 종류의 도서, 문서, 기록, 출판물 따위의 자료를 모아 두고 일반이 볼 수 있도록 한 시설’이다. 사전적 의미에 부합하는 도서관은 거의 없다. 대학도서관과 공공도서관 모두, 각종 시험공부를 하는 곳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이태백들은 대학교 재학 동안 내내 시험공부를 했지만 취직에 실패했고, 졸업 후에도 계속해서 취직을 위한 시험공부를 하고 있는 젊은이들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겠다. 도서관 열람실은 완벽하게 이태백의 영토가 되었다. 그런데 모든 대학들이 도서관을 잘 갖춘 것은 아니어서 이런 일도 벌어진다.

아내가 애용하는 공공도서관 가까이에 대학이 하나 있다. 그 대학 학생들은 자기네 도서관이 부실한지 없는 건지, 무슨 시험 때만 되면 공공도서관을 아침 일찍부터 점령해버린다. 그 대학의 시험이 끝날 때까지 공공도서관은 거의 모든 장소가 고등학교 교실로 변해버린다. 어린 대학생들과의 자리다툼에 패하여 공부를 중단 당한 기존의 이태백들,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더 화가 나는 것은 말 그대로 도서를 열람하러 온 소수의 ‘일반인’이다. 대학도서관이 시험공부 하는 곳이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 테다. 그러나 공공도서관마저 살벌한 경쟁의 시험공부 장소가 된 것은 참 씁쓸한 일이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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