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신창재(사진) 회장이 상장계획을 미루고, 교보생명의 강점인 ‘보험 본연의 보장기능’을 강조하는 상품 판매에 집중해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신 회장은 6일 창립50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장은) 급할 것이 전혀 없다”며 “2~3년 이상 준비해서 회사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에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장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자본을 쉽게 유치하려는 ‘수단’일뿐”이라며 “이미 유상증자도 끝나서 자금수요가 급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장을 준비하는 동안 필요한 돈을 다 벌었다”고 표현하고는 “특히 올해 같은 주식시장 상황에서 상장을 하는 것은 무리고, 상장 외에도 보험업법 개정안과 설계사들의 (손ㆍ생보 상품) 교차판매 실시계획 등으로 준비할 게 많다”고 전했다.
교보생명은 최근까지 ‘생명보험사 상장1호’로 유력시 됐는데, 이에 따라 금호생명 동양생명 등이 먼저 상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신 회장은 올해 ‘50살’이 된 교보생명에 대해 “외환위기의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 공적자금 한푼 들이지 않고, 순수히 수익만으로 되살아 났다는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회고했다. 그는 서울대 의대 교수로 재직하다 아버지인 창업자 신용호 회장이 작고한 뒤 1998년 외환위기 직후 교보생명 회장직을 맡았다.
최근 일각에서 제기된 ‘교보증권 매각설’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는 환경에서 증권사도 경쟁력을 갖추고 키워가야 할 상황”이라며 “경영진 보강, 증자, 외부 기업과의 합작 경영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가족사랑을 강조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투자성 변액보험보다는 보장성 보험을 먼저 권하고, 또 노후보장 보다는 가족사랑에 기초한 종신보험을 먼저 권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미래에셋생명 등이 변액보험을 앞세워 매출을 늘려가고 있는 것에 대해 “보장성 보험이 부실판매가 없을 때 수익성이 더 높다”며 “월초 보험료 등 매출규모는 ‘거친 통계’라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새로 꾸려진 금융당국에 대한 당부도 했다. 금융업 간 균형발전을 위해 보험사에 지급결제 허용, 보험지주회사 요건 완화 등을 추진해 줄 것을 강조했다. 그는 늘어가는 보험사기를 ‘조용한 재앙’이라고 표현하며, 보험사와 금융당국뿐만 아니라 사회 각 부문의 대응을 촉구했다. 특히 유사보험을 판매하는 농협 등이 생보사보다 느슨한 잣대를 적용 받는데 대해 “공평하지 못한 처사”라며 비판했다. 교보생명은 2015년까지 회사 총 자산 100조원, 당기순이익 1조원의 목표를 발표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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