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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갈로 폴리스-동북아 허브 전쟁] <5> 도쿄권 도심재생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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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갈로 폴리스-동북아 허브 전쟁] <5> 도쿄권 도심재생 프로젝트

입력
2008.03.0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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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아시아의 금융허브를 꿈꾼다

지난달 29일 일본 도쿄(東京)의 중심 도쿄역. 역사를 빠져 나오니 온통 가림막이 쳐진 채 공사가 한창이고 레미콘 차량이 역사를 드나들었다. 도심재생프로젝트로 진행되는 도쿄역사의 복원 및 정비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도쿄역사 뒤로는 고층빌딩 재개발이 한창이었다. 역사와 광장을 사이에 두고 지난해 준공한 신마루노우치빌딩 등 헤아릴 수 없이 늘어선 고층빌딩군에서는 10여년 전 낡고 노후했던 도쿄역 주변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도쿄 신주쿠(新宿) 부도심에서 서남쪽으로 19~33㎞에 걸쳐있는 타마(多摩)뉴타운. 신주쿠에서 전철로 30~40분이면 타운 중심에 도착할 수 있는 타마는 도쿄 수도권의 대표적인 베드타운이다. 동시에 수도권 개발의 실패작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앞으로 8년 뒤 타마는 도쿄권의‘실리콘 밸리’거점으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산업거점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된다. 3,000만 인구의 생활ㆍ경제권인 도쿄 수도권 기능 재배치의 중심핵으로 부상하기 때문이다.

도쿄도를 중심으로 반경 40㎞권 통근 권역의 가나가와(神奈川)현, 사이타마(埼玉)현, 치바(千葉)현을 아우르는 도쿄권의 최대 고민은 성숙한 도시라는 점이다. 도쿄권은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이 집중돼 있으며, 경제력만 따지면 캐나다, 스페인보다도 더 큰 메갈로폴리스(초광역경제권)이다.

도쿄권의 르네상스는 반경 100㎞의 수도권에 분산ㆍ배치한 도시의 기능을 되찾아오는 것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다. 1990년 이전의 도쿄는 이미 아시아 유일의 국제 금융 중심 도시였다. 하지만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도쿄가 멈춰서 있는 동안 일본의 버블경제가 붕괴되고 도쿄의 국제적 위상과 도시경쟁력도 약화했다. 싱가포르 홍콩 서울 등 아시아권 대도시의 성장은 눈부셨다. 지난해 일본 정부가 도쿄에 금융특구를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하는 등 금융 허브로서의 부활을 추진키로 한 것은 도쿄의 위기의식도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2000년대 이후 롯폰기힐스, 미드타운, 마루노우치 등으로 대표되는 도심 재개발은 수도로서의 도쿄의 기능을 되찾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정권은 도시재생본부를 설립, 대도시 도심 재개발을 집중적으로 추진했다. 민간 부동산개발업체의 프로젝트가 괜찮다고 판단하면 용적률 완화 등의 인센티브도 줬다. 오니시 다카시 도쿄대 교수는 “대형 도시재생프로젝트로 재개발된 랜드마크는 도심에서 빠져나갔던 인구가 복귀하고 비즈니스 기능이 강화되는 등 도쿄로의 재집중 현상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도쿄의 기능을 이어받은 수도권 신도시들간의 연결축 구축과 시너지도 시급한 실정이다. 도쿄도는 2006년 수립한‘10년후 도쿄’ 구상에서 도쿄도를 3중으로 에워싸는 환상도로 구축 계획을 내놓았다. 특히 도쿄의 베드타운인 타마와 기초과학연구로 특화된 츠쿠바 연구학원도시를 직접 연결하는 타마실리콘밸리는 새롭게 도쿄 대도시권의 경제 성장동력으로 발돋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도쿄도 관계자는“지금까지 수도권 분산이나 도쿄 도심 재개발에 치중한 나머지 수도권 지역 상호간의 교류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수도권 신도시와 도쿄간의 접근성뿐 아니라 서로 다른 기능을 갖고 있는 수도권 신도시 거점간의 연계를 강화함으로써, 도쿄권 전역을 진정한 의미에서 단일의 생활ㆍ경제권으로 통합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 도시환경 전문가 도쿄대 오니시 교수

"광역 블록화해야 국가의 역량을 집중시켜 도시 권역뿐 아니라 국가 전체의 글로벌 경쟁력을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습니다."

도쿄대 오니시 다카시(大西隆ㆍ첨단과학기술연구센터 도시환경시스템분야) 교수는 "일본이 1990년대 경제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대도시 규제가 완화되면서 도쿄 오사카 등을 중심으로 하는 초광역경제권에 민간 기업의 투자가 집중됐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일본 도시계획학회장인 오니시 교수는 다양한 거점을 통한 지역 균형 발전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자원과 역량을 특정 지역에 집결시킴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메갈로폴리스(초광역 경제권)가 국가 전체의 성장을 이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교외로의 확장과 도심 쇠퇴에 이어 도심 재개발로의 성숙 과정을 겪고 있는 도쿄 메갈로폴리스의 미래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견해도 밝혔다. 오니시 교수는 "도쿄대도시권 경쟁력의 원천은 경제력"이라며 "100년 뒤 도쿄권은 인구가 크게 감소한다 해도 지금의 글로벌 대도시권의 위상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중국의 베이징 상하이 등이 정부의 주도 하에 도시화 및 권역 확대를 통해 급속히 성장하고 있으나, 정부가 인위적으로 긋는 권역의 경계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게 아니다"며 "결국 민간 기업의 경제 활동이 도시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니시 교수는 또 도쿄권처럼 이미 성숙한 도시 권역의 발전 전략에 대해서는 "분산된 기능의 효율적 재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도쿄 되살리기는 민간 주도로

지난달 27일 도쿄 최대의 번화가로 꼽히는 롯폰기(六本木)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잡은 미드타운. 주거ㆍ업무ㆍ쇼핑ㆍ문화 첨단 복합 공간인 이 곳은 점심 시간이 되자 사무실에서 샐러리맨들이 무리를 지어 쏟아져 나왔다. 미드타운 중앙의 스타벅스와 음식점에는 외국인들도 적잖이 눈에 띄었다.

이 달 30일로 개장 1주년을 맞는 미드타운이 도쿄에 어떤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왔을까? 미드타운매니지먼트㈜ PR담당 구로카와 요시코(黑川佳子)씨는 "원래 방위청 청사가 있던 자리로 경제활동이 일어나지 않던 곳인데, 지금은 코나미 후지필름 야후를 필두로 한 정보기술(IT)기업들이 대거 입주했다"며 "지난해에만 모두 2,800만명이 이 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미드타운은 민간기업인 미쓰이(三井)부동산이 거품 경제가 가라앉은 뒤 새로운 도심 활성화를 예상하고 개발에 나섰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경제의 기력 회복에 발맞춰 이뤄지고 있는 도쿄 도심 재개발의 특징은 중앙 정부는 제도적 뒷받침만을 해주고 민간이 앞장서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2002년부터 진행 중인 도시 재생프로젝트의 대표 지역인 도쿄역 주변 마루노우치 지구도 마찬가지. 2002년 마루노우치 빌딩을 시작으로 지난 해 4월 들어선 신(新)마루노우치빌딩 등 40층 안팎의 고층빌딩이 빽빽하게 도쿄역 주위를 에워싸고 있다.

건축된 지 30~40년이 지난 10층 미만의 건물들을 리뉴얼한 이 곳 마천루의 60% 가량은 미쓰비시(三菱), 미쓰이, 모리(森) 등 민간의 대형 부동산 업체들이 개발했다. 일본 정부는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하면서 수도권에 공장, 대학의 신설을 막는 규제법을 폐지하고, 도시 재개발법을 개정하는 등 민간 투자ㆍ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뿐만 아니라 민간이 도시계획을 제안할 수 있도록 하고, 이 같은 제안에 대해서는 6개월 이내 신속하게 결정토록 하는 등 행정절차를 단축했다.

도쿄도 사이타 유우코 기획조정부 과장은 "개발은 민간이 하는 것이고, 지자체 등 행정의 역할은 지속 가능한 개발에 초점을 맞춰 지원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 주도의 도심재개발로 5년만에 도쿄는 하루가 다르게 매력적인 도시로 재탄생하고 있다.

도쿄=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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