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6일 현역 지역구 의원 5명을 4ㆍ9총선 공천에서 탈락시키자 박근혜 전 대표가 일부 측근들의 탈락에 대해 “표적 공천”이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당내 공천 내홍이 본격 확산 될 조짐으로, 영남권 공천 결과에 따라서는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 간 계파 갈등이 폭발할 가능성도 있다.
한나라당 공천심사위는 이날 경기와 제주 지역 심사 뒤 4선 중진인 이규택(이천ㆍ여주) 의원 등 경기 지역 의원 5명을 탈락시켰다. 탈락 의원은 이 의원 외 이재창(파주) 한선교(용인 수지) 고조흥(포천ㆍ연천) 고희선(화성 을) 의원이다. 임해규 공심위원은 이례적으로 브리핑에서 이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른 뒤 탈락 사실을 발표했다.
탈락한 의원을 성향으로 나누면 친박이 이규택 한선교 의원 등 2명이고, 친이는 이재창 고조흥 고희선 의원 등 3명이다. 하지만 한선교 이규택 두 의원은 상대적으로 계파 내 핵심 의원이다.
임해규 공심위원은 “공심위는 공천심사를 특정계파에 이익, 불이익 이런 식으로 하지 않았다”며 “현역의원에 대해선 의정활동 전반에 대한 평가와 여론조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이날 공천에서 자신의 캠프 대변인을 지낸 한선교 의원 등 측근들이 탈락한 데 대해 “이런 것은 표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박 전 대표는 공천 결과를 보고 받은 뒤 “그동안 제일 우려했던 일이 지금 현실로 벌어지고 있다”며 “여론조사 결과가 좋고 의정활동에서 하자가 없었음에도 단지 나를 도왔다는 그 이유로 탈락시켰다”고 언급했다고 이정현 전 캠프 대변인이 전했다. 박 전 대표는 또 “이것은 정말 잘못된 일”이라며 “납득할 만한 이유를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가 공심위 심사 결과를 사실상의 보복공천으로 규정하며 반발함에 따라 공천 물갈이를 둘러싼 친이_친박 간 계파 갈등이 본격 재분출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이날 5명의 현역의원을 탈락시킨 것은 민주당의 개혁공천 분위기로 인해 한나라당 공천이 상대적으로 평가절하되는 상황을 벗어나고자 하는 의도도 깔려 있다. 좋지 않은 여론을 의식해 서둘러 현역의원 탈락을 결정한 것이다. 현역의원 탈락을 계기로 한나라당 ‘물갈이 공천’도 본격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공심위는 이날 경기 17명, 제주 3명 등 총 20명을 공천 내정했다. 경기 지역에선 윤건영(용인 수지) 황진하(파주) 두 비례대표 의원이 각각 한선교 이재창 의원을 꺾고 공천을 따냈다. 이범관(이천ㆍ여주) 전 광주고검장은 이규택 의원을, 김영우(포천ㆍ연천) 전 이명박 당선인 비서실 기획부실장은 고조흥 의원을 각각 물리쳤다. 박보환(화성 을) 전 국회정책연구위원도 고희선 의원을 누르고 공천을 받았다. 이진동(안산 상록 을) 전 한국일보 기자도 공천장을 받았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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