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공천심사위가 6일 경기지역 현역의원 5명을 탈락시킨 것은 앞으로 영남권을 중심으로 불어 닥칠 ‘공천 물갈이 태풍’의 신호탄을 쏘았다는 의미다.
당 안팎에선 “현역 물갈이가 예상보다 빨리 시작됐다”며 놀라는 반응이 많았다. 당 지도부와 공심위는 최근 잇따라 불거진 공천 잡음의 타개책으로 물갈이 속도내기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통합민주당의 박재승 공심위원장 사태 이후 ‘한나라당=무감동 계파 공천, 민주당=개혁 공천’이라는 구도가 만들어지자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또 이번 주말 또는 다음 주 초로 예정된 영남권 공천자 명단 발표를 앞두고 공심위가 물갈이 반응 떠보기 용으로 경기 지역을 시범 케이스로 삼았다는 해석도 나왔다.
공심위원인 임해규 의원은 이날 내정자 명단 발표 브리핑에서 “계파 간에 뭘 어떻게 한 것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공천 탈락자와 내정자 면면을 들여다 보면 공심위가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 사이에 ‘물리적 균형’을 맞추려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탈락한 현역 5명 중 친이는 이재창(파주ㆍ재선), 초선인 고조흥(포천ㆍ연천ㆍ초선), 고희선(화성 을ㆍ초선) 의원 등 세 명이고, 친박은 이규택(이천ㆍ여주ㆍ4선), 초선 한선교(용인 수지ㆍ초선) 의원 등으로 ‘3패 대 2패’의 성적을 기록했다. 계파간 현역이 맞붙은 두 곳에선 양 측이 1승씩 나누어 가졌다. 친이 비례대표인 윤건영 의원은 한선교 의원을 물리쳤고, 친박 비례대표 황진하 의원은 이재창 의원을 제쳤다.
고희선 의원은 친박인 원외 박보환 전 국회 정책연구위원에게 지역구를 내주었다. 이규택 의원과 고조흥 의원은 계파 내부 경쟁에서 졌다. 이천ㆍ여주에서 내정된 이범관 전 광주고검장은 친박, 포천ㆍ연천에서 내락을 받은 김영우 당선인 비서실 기획부실장은 친이로 분류된다.
승패 기록만 보면 친박 측이 ‘간발의 승리’를 거둔 셈이다. 하지만 친박 진영에선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 측 핵심 의원들이 표적 교체가 됐다는 게 문제”라는 반발이 나왔다.
경기지역 51개 선거구 중 한나라당 지역구는 18곳. 이 중 13명이 다시 공천을 받고 5명이 탈락해 현역 교체율은 27.7%다. 17대 총선 때 한나라당의 전국 물갈이 폭(36.4%)에는 훨씬 못 미친다.
한편 공심위는 이날 김동완 북제주 을 당협위원장(제주 갑), 부상일 제주대 교수(제주 을), 강상주 글로벌제주연구소 이사장(서귀포) 등 제주 3개 지역구의 공천을 사실상 확정했다. 1971년생인 부상일 교수는 한나라당 공천 신청자 중 최연소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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