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대를 비롯해 서울지역 주요 대학들이 2009학년도 입학 전형계획을 속속 발표하면서 ‘대학 가는 길’의 윤곽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고려대와 연세대, 이화여대 등 몇몇 대학들이 전형계획안의 최종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 비중 확대, 정시모집 논술폐지, 학교생활기록부 반영비율의 축소, 수시모집 정원확대가 특징으로 자리할 전망이다.
주요 대학들의 입학 전형계획은 이명박 정부의 대입자율화 기류에 맞춰 다양한 전형방법의 도입과 학교별 차별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수능 위주의 전형이 잠재력을 갖춘 인재를 다양한 계층과 지역에서 선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수능 비중 확대
2009학년도 입학 전형계획의 중심은 수능이다. 각 대학들은 지난해 처음 도입됐던 등급제가 사실상 폐지되면서 수능의 변별력이 확보됨에 따라 수능 중심의 전형계획을 앞 다퉈 도입했다.
수능 비중이 확대된 반면 정시모집 논술은 대부분 폐지됐다. 학생부 실질반영비율의 경우 대다수 대학들이 지난해 보다 낮추거나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차경준 한양대 입학처장은 “수능의 변별력이 높아진 만큼 논술 실시의 의미가 퇴색됐다”며 “학생부 실질반영비율도 굳이 높일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와 달리 대입이 수능 위주 체제로 전환 됨에 따라 수험생들의 입시전략 수정도 불가피해졌다. 이영덕 대성학원 평가이사는 “주요 대학을 보면 전형 요소에서 차지하는 수능 비중이 절대적이라 할만큼 높아졌다”며 “수능에 올인 하면서도 수시모집에 대비해 틈틈이 논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우수학생 잡자" 수시모집 증가
수시모집 정원의 확대도 2009학년도 전형계획의 주요 특징이다. 경희대(63%)와 성균관대(60%), 한양대(55%) 등도 서강대(62%)와 숙명여대(60%)에 이어 수시모집 정원을 지난해보다 늘렸다. 고려대와 연세대, 이화여대도 수시모집 정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내부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대는 분할 모집에 따른 적정수의 정원 확보를 위해 정시모집 비율을 60%로 지난해보다 10%포인트 높인 게 눈에 띈다.
주요 대학들이 수시모집을 확대하려는 이유는 우수학생 확보에 있다. 박천일 숙명여대 입학처장은 “대학들간에 잠재력 있는 학생을 빨리 뽑기 위해 경쟁을 하는 형국”이라며 “학교가 원하는 인재를 심도 있게 선발하기에도 수시가 적합하다”고 밝혔다. 수시모집은 잠재 경쟁력을 갖춘 수험생을 미리 확보할 수 있는 선점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수시모집 합격자가 정시모집 합격자보다 학업성취도가 월등하고 공교육 정상화 취지에도 부합된다는 주장도 있다. 성재호 성균관대 입학처장은 “수시로 뽑힌 학생은 3년간 꾸준히 공부한 학생들이라 대학 진학 후 학점도 높다”며 “학생부 반영비율이 높은 수시모집의 확대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다양성 불구 "특목고생 유리" 비판도 일어
입학사정관제 도입을 통해 각 대학 특색에 맞춘 다양한 전형이 실시되는 점도 눈에 띈다. 성균관대는 리더십 특기 적성자를 대상으로 한 ‘리더십전형’을 신설키로 했으며 중앙대도 수시정원의 5%를 ‘글로벌 리더 전형’으로 선발한다.
고려대는 수험생의 인성과 잠재력, 지도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신입생을 선발하는 ‘학생부 우선 전형’을, 한양대도 특정 분야에 유별난 재능이 있다면 해당 학과에 자유지원이 가능한 ‘입학사정관제 전형’(가칭)을 도입키로 했다. 차경준 한양대 입학처장은 “선진 입시 제도 마련을 위해 획기적인 전형을 다양하게 검토 중”이라며 “올해 결과를 보고 확대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학들의 전형계획 발표에 대해 학생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정시 논술이 폐지됨에 따라 입시부담을 덜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특수목적고나 비평준화 지역 명문고 출신 수험생에게 유리한 전형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재수생 김희권(19)군은 “학생부→ 수능→ 논술로 이어지는 ‘죽음의 트라이앵글’이 어느 정도 사라지게 돼 마음이 좀 가볍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 A고 3학생 양모(18)군은 “일반 인문계고 학생들에게는 불리한 전형”이라며 “대학들이 특목고 학생만 뽑겠다는 의도로만 읽힌다”고 했다.
전국교직원노조는 비판적인 입장이다. 현인철 대변인은 “수능 위주의 전형은 정규교과과정을 깡그리 무시하는 것”이라며 “학생들이 공교육을 외면하고 사교육에 눈 돌리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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