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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애락원 '1000억의 불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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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애락원 '1000억의 불행'

입력
2008.03.0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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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도심에서 금싸라기 땅으로 변한 한센인 보호시설인 ‘애락원’을 둘러싸고 각종 비리와 부정이 이어지고 있다. 이 부지는 지하철역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요지(5필지 5만2,143㎡)로 현재 1,000억원대에 이르면서 개발차익에 눈독을 들이는 건설업자와 도덕불감증에 걸린 법인이사, 사기꾼 공무원 등이 얽히고 설키며 복마전이 되고 있다.

대구지법 서부지원은 최근 이전부지를 찾고 있는 애락원에 그린벨트땅을 시세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매입토록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 대구 서구청 건축담당 박모(48)씨에 대해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박씨는 2006년 4월 애락원측 이사회에 “곧 규제가 풀리는 좋은 땅이 있다”며 친구 소유의 대구 서구 상리동 3만4,612㎡의 그린벨트 임야를 14억4,500만원에 매입토록 했다. 하지만 이 땅은 1973년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후 해제사유가 없는 곳이라서 애락원 측이 박씨 등으로부터 매입대금을 되돌려 받으려면 민사소송을 해야 한다.

애락원이 눈독의 대상이 된 것은 2003년 이전 이야기가 나오면서부터다. 애락원 부지는 2005년 10월 대구지하철2호선 개통을 앞두고 땅값이 폭등했다. 내당역과 5분거리에 있는 데다 ‘ㅁ’자 형태로 아파트 건설부지로 적합했기 때문이다.

애락원은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의 감독을 받으며 지방 기독교계를 대표하는 13명의 이사들이 꾸려왔으나 부지이전 움직임이 시작되면서 이사간 다툼이 격화됐다. 여기다 애락원장과 직원은 물론 원생들까지 자신들의 지분을 요구하는 등 애락원은 헤게모니 싸움의 각축장으로 바뀌어버렸다. 이전 움직임이 본격화하던 2005년 8월 박씨와 거래를 주도한 애락원 조모(59) 전 이사장 등 이사 3명은 특정 건설업자에게 매각하는 대가로 모두 7차례에 걸쳐 6억2,100만원의 금품을 받아 챙겼다. 조씨 등은 올 1월 열린 2심 재판에서 각 징역10월∼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애락원 관계자는 “최근 애락원 이전과 기숙사 건립 등을 추진하면서 부동산임대업과 금융이자 등으로 들어온 법인 수익을 100억원 가까이 손해를 봤다”며 “이전할 곳이 마땅치 않아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애락원은 1913년 미국인 선교사 플레처(Archibald G. Fletcher) 박사가 설립했으며, 플레처 박사가 1952년 미국으로 떠나며 대한예수교 장로회에 기증했다. 당시에는 원생 수가 1,161명에 이르렀으나 현재는 60대 이상 환자 30여명이 머물고 있다.

대구=전준호 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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