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이 원칙과 뚝심을 앞세운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 덕분에 여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총선 이후 호남당으로의 전락을 걱정하던 당내 기류도 확연히 달라졌다. 하지만 박 위원장의 독주에 대한 비판과 우려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박 위원장은 누가 뭐래도 먹구름이 잔뜩 낀 민주당의 총선 전망에 서광이 비치게 한 주역이다. 일체의 정치적 타협을 배제한 그의 원칙주의는 국민의 시선을 민주당으로 모아냈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총선에서 해볼 만하다”는 당내 기류도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의 독주체제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당장 금고형 이상의 부정ㆍ비리 전력자의 예외없는 공천 배제 원칙에 따라 분루를 삼키게 된 이들이 강력 반발하고 당내에선 이들에 대한 동정론도 상당하다. “정치에 문외한인 박 위원장이 총선 동력을 갉아먹고 있다”(한 호남권 의원)는 비난도 나온다.
박 위원장의 최근 행보를 다른 각도에서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그의 쇄신공천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해왔던 당내 개혁진영 인사들이다. 이들은 우선 박 위원장에게 과도한 힘의 쏠림이 나타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비리 전력자에 대한 공천 기준 논의과정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현재는 박 위원장이 공천권은 물론 사실상 당권까지 쥔 형국이다. 이렇다 보니 “박 위원장의 자그마한 실수 하나로 당 전체가 망가질 수도 있는 상황”(한 개혁파 의원)이란 얘기가 나온다.
특히 박 위원장은 공천 기준을 확정하면서 사실상 당 지도부를 굴복시키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밖에 없는 지도부를 마치 구태 비호세력인양 몰아붙인 인상이 짙은 것이다. 더욱이 전원 합의라던 공심위의 의사결정이 하룻만에 표 대결로 바뀐 것을 두고는 “박 위원장이 조급해보인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박 위원장이 5일 당내 시민사회진영이 주축이 된 새정치국민운동본부 행사에 참석한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온다. 박 위원장의 물갈이가 특정 정파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시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벌써부터 조성우 본부장을 비롯한 시민사회 출신 인사들로 비례대표 후보가 채워질 것이란 추측까지 나올 정도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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