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만났을 때 작곡가 진은숙(47)은 덴마크 출신 미술 작가 올라푸르 엘리아손의 작품 세계에 깊이 매료됐다고 말했다. 엘리아손은 빛과 색채, 물, 파장 등 자연현상을 탐구해 작품을 만드는 작가.
여기서 영감을 얻은 진은숙은 빛과 색이 빚는 현상들을 음악으로 펼쳐냈다. 3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켄트 나가노가 지휘하는 몬트리올 심포니의 연주로 세계 초연된 관현악곡 <로카나(rocana)> 다. 로카나(rocana)>
20분 길이의 신작에 작곡가는 ‘빛의 방’이라는 뜻의 산스크리트어 제목을 붙였다. 몬트리올 심포니와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 베이징 음악축제재단, 그리고 한국의 서울시향이 공동 위촉했다. 8일에는 미국 뉴욕의 카네기홀에서 몬트리올 심포니가 다시 연주하며, 4월에는 시카고 심포니가 4차례 연주한다. 서울시향 역시 아시아 초연을 계획하고 있다.
미국 초연을 앞두고 뉴욕에 머물고 있는 진은숙의 목소리는 밝았다. “캐나다도 한국처럼 현대음악이 많이 연주되지 않는 곳이라 약간 걱정을 했어요. 청중에게는 어려운 작품이었을텐데, 켄트 나가노가 아주 멋진 연주를 들려줬어요. 반응도 좋았습니다. 바이올린 협주곡과 함께 묶여 음반으로도 나올 예정이에요.”
그는 순수하게 오케스트라만을 위한 음악을 쓴 것이 1993년 <산티카에카탈라> 이후 15년 만의 일이라고 했다. 진은숙은 도쿄국제작곡콩쿠르 1위를 안겨준 이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아 연주를 못하도록 없애버렸다. 산티카에카탈라>
이번 작품은 마음에 드느냐고 묻자 “지난해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를 쓴 후 지쳐서 더 이상 곡을 쓸 수 있을까 생각했기 때문에 어쨌든 완성했다는 것만해도 만족한다”며 웃었다. 이상한>
<로카나> 는 엘리아손의 설치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 “큰 방에 물이 있고, 사람들이 그 위를 걸어 다니고, 걸음에서 오는 진동이 물에 전달되고, 그 파동이 빛을 통해 벽에 반사되는 작품이었어요. 빛이 물에 투영돼 나타나는 다양한 움직임, 끊임없이 변하면서 도망가는 듯한 그 움직임을 음악으로 그려내고 싶었습니다.” 서울시향의 상임 작곡가인 그는 서울시향이 이번 작품 위촉에 참여한 것에 대해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 여러 방식의 프로모션이 필요한데, 공동 위촉한 세계적 오케스트라와 함께 지속적으로 거론될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로카나>
그의 다음 행선지는 한국이다.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의 영상을 한국 관객에게 첫 선 보이기 위해서다. 지난해 뮌헨 오페라 페스티벌의 개막작으로 바이에른 슈타츠오퍼에서 초연된 이 오페라는 독일 <오페른벨트> 에 의해 올해의 초연작으로 선정되는 등 큰 호평을 받았으며, 올해 DVD(도이치그라모폰)로도 출시된다. 오페른벨트> 이상한>
13일 금호아트홀의 재개관 기념 프로그램으로 마련된 렉처 콘서트에서 그는 막 편집이 끝난 따끈따끈한 DVD 영상에 직접 해설을 곁들인다. “워낙 작품 규모가 커서 한국 공연은 당분간 쉽지 않을 테니 미리 소개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음악 뿐 아니라 무대와 연출 등 결과물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해설하려고 합니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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