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기사회생한 힐러리 클린턴이 경쟁자 버락 오바마와의 ‘드림 티켓‘(Dream ticket) 가능성을 언급했다. 경선 레이스가 오리무중인 가운데 정ㆍ부통령 후보 나누기를 수용할 뜻을 밝힌 것이다. 물론 자신이 대통령 후보가 되고, 오바마를 러닝 메이트로 삼겠다는 것이다. 언뜻 경선을 서둘러 마무리, 공화당 매케인 후보와 결전을 준비해야 한다는 공론과 대의를 좇겠다는 말로 들린다. 그러나 수읽기에 익숙한 이들은 끝까지 본선 티켓을 다툴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간파한다. 이런 풀이는 ‘클린턴-오바마’ 또는 ‘오바마-클린턴’ 조합이 환상적 ‘드림 팀’이 될 것이라는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다.
■소박한 유권자의 안목을 비웃는 전문가들의 논리는 명쾌하다. 먼저 클린턴은 자신보다 인기가 높고 미디어의 집중 조명을 받는 부통령을 곁에 둘 리 없다. 오바마도 길게는 8년간 별로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며 클린턴의 견제와 소외를 감수할 이유가 없다. 차기를 노리는 데도 그늘 속 부통령보다는 지금의 상원의원 자리가 훨씬 자유롭다. 거꾸로 오바마가 클린턴을 러닝 메이트로 삼는 것은 백악관 뜰 안의 끊임없는 분란을 자초하는 모험이다. 야심가 클린턴이 다소곳이 2인자로 머물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백악관의 대찬 안주인 노릇 8년도 성에 차지 않은 클린턴이 고작 부통령 명패가 놓인 곳으로 되돌아갈 리 만무하다. 결국 두 사람은 드림 팀과는 가장 거리 먼, 애초 엮어질 수 없는 사이다. 그런데도 민주당 지지자들이 막연한 기대를 갖는 것은 정권교체 열망을 넘어 여성 대통령과 흑인 대통령, 두 가지 꿈을 동시에 꾸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림 티켓’은 둘을 묶기보다 한층 절실한 하나의 꿈을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선 것을 일깨운다는 풀이다.
■클린턴을 선호하는 쪽은 자질과 경륜 등에서 본선 경쟁력이 앞설 뿐 아니라, 성차별 틀을 깨는 것이 인종 장벽을 허무는 것보다 상징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반면 오바마 지지자들은 클린턴은 참신성과 경륜 어느 면에서도 매케인을 누를 수 없고, 변화의 열망과 기회를 저버릴 것이라고 반박한다. 특히 흑인 대통령 등장은 새로운 역사의 시작을 전 세계에 알릴 것이라고 강조한다. 언론 등 미국사회의 지배계층은 대중의 뜻을 거슬러 클린턴을 선택하는 길을 찾는 듯한 기미다. 그러나 유럽 언론을 비롯한 객관적 관전자들은 미국 정치와 사회의 대지진을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다. 미국이 끝내 어떤 꿈을 좇을지 주목한다.
강병태 수석논설위원 btk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