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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앞 침몰선 결국 수장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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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앞 침몰선 결국 수장되나

입력
2008.03.0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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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25일 전남 여수 앞바다에서 발생한 화학약품 운반선 이스턴 브라이트호 침몰사고(사망 7명ㆍ실종 7명)가 끝내 미스터리로 남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고원인 규명을 위한 최선의 방법인 선체 인양이 사실상 불가능한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실종 선원과 사망자 가족들은 선체를 인양해 선체 결함과 조타 키의 자동ㆍ수동변환 여부 등 항해장비를 정밀 조사하면 침몰원인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침몰선박의 선체상태나 침몰해역의 구난조건으로 볼 때 선체 인양이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당장 사고 선박이 조류속도(2~4노트)가 거센 수심 67m 해저에 좌측으로 90도 기운 채 선체 절반가량이 뻘 속에 박혀 있고, 수중 시계도 10㎝ 정도에 불과해 해군 해난구조대(SSU)조차 인양이 어렵다고 판단한 상태다.

게다가 1,323톤급인 사고 선박에 질산(2,129톤)을 포함해 화물 2,744톤이 실려 있는데다 배 안에 가득찬 물 때문에 실제 선박 무게는 4,500톤 이상 될 것으로 추정되지만 국내에서는 이를 끌어 올릴만한 해상 크레인과 인양선 등 장비와 기술수준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방재당국은 이에 따라 선체 내 적재된 잔존유와 질산을 이적한 뒤 선체를 인양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국토해양부는 2006년 무인수중로봇을 이용해 침몰 선박의 선체 철판을 뚫고 선체 내에 있는 기름을 뽑아내는 잔존유 무인회수시스템을 개발했지만 사고 선박의 연료탱크 부분이 뻘 속에 묻혀 있어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질산 이적작업도 사고선박이 이중선체 구조로 돼 있어 작업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사고선박회사인 NHL개발㈜로부터 선체 인양의뢰를 받고 기술검토를 하고 있는 일본 구난전문업체인 니폰 샐비지사도 현재까지 선체 인양 불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선사측 관계자는 “니폰 샐비자사측이 질산 등을 적재한 상태에서 인양하는 것은 선박의 2차 함몰과 질산 유출 등 위험성이 높고 기술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질산 등을 이적한 뒤 인양하더라도 인양기간은 최소 2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선사 측으로부터 침몰 선박 처리 여부를 의뢰 받은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질산 저장탱크에 작은 구멍을 내 주변 해양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의 질산을 소량씩 유출한 뒤 선체를 수장(水葬)하자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실종자 선원 유가족들은 “사고선박 수장은 침몰 원인을 미궁에 빠뜨릴 뿐만 아니라 사망ㆍ실종자에 대한 보상 협상과정에도 선사 측에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며 반발, 선체 인양을 강력 주장하고 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현재 침몰선박을 인양할 것인지, 수장할 것인지에 대한 처리문제를 결론 내리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다만 외국의 구난전문업체를 동원, 질산 및 연료유 이적과 선박 인양 가능성을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수=안경호 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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