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차가 올 들어 야심차게 내놓은 대형 고급 세단(제네시스)과 SUV(모하비)가 자사의 동급 차량 판매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른바 ‘제살 깎아먹기’(carnivalization)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프리미엄 세단 ‘제네시스’는 출시 첫 달인 1월 434대가 팔린 데 이어, 생산이 본격화한 지난달 2,809대가 판매돼 대형 세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제네시스는 배기량 3,300㏄와 3,800㏄ 두 종류로, 가격은 4,050만~5,830만원이다.
이에 따라 같은 현대차의 에쿠스(3,300~4,500㏄ㆍ4,589만~9,078만원), 기아차 오피러스(2,700~3,800㏄ㆍ3,640만~5,600만원)와 고객층이 일부 겹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실제 지난달 에쿠스는 490대가 판매돼 전월(680대)에 비해 27.9%나 감소했다. 오피러스 역시 1월 1,306대에서 2월 1,238대로 판매량이 5.2% 줄었다.
기아차 ‘모하비’도 현대차의 고급 SUV ‘베라크루즈’의 판매량을 떨어뜨리고 있다. 모하비는 1,2월 총 2,386대가 팔려 좋은 성적을 이어가는 반면, 베라크루즈는 1월 1,318대에서 2월 1,119대로 15.1% 판매량이 줄었다.
르노삼성차도 닛산의 플랫폼과 엔진을 사용하고 있어 올 10월 한국 닛산이 ‘무라노’, ‘알티마’ 등의 대중 브랜드를 도입할 경우 SM5, SM7 판매에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이르면 2009년 말 신차가 출시될 때까지 국내 시장에서 닛산과 충돌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차 출시가 회사 내 다른 차량의 판매에 주는 영향이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아직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라며 “언뜻 보기에 제네시스와 에쿠스ㆍ오피러스, 모하비와 베라크루즈의 주 고객층이 겹칠 것으로 여겨지나 실제로는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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