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 사는 조모(42)씨는 요즘 네살 큰아들만 보면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 그 동안 부모가 키우거나 외가에 가끔 맡겼던 아들을 3일 처음으로 인근 어린이집에 맡겼지만 계속 울어대는 바람에 도중에 데리고 돌아와야 했다. 조씨는 “아이가 ‘선생님들이 자기만 돌보지 않아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떼를 쓴다”며 “그래도 맞벌이라 어린이집에 계속 보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나모(38ㆍ경기 고양시)씨도 사정은 비슷하다. 다섯살 아들이 매일 오전 9시에 오는 유치원 버스를 타지 않겠다고 막무가내다. 나씨는 “유치원 가기 싫어하는 아이 때문에 제 시간에 오는 버스를 눈앞에 두고 못 태우는 경우가 여러 번이었다”며 “달래기도 하고, 야단도 치는데 진이 빠진다”고 말했다.
새 학기가 되면서 ‘아이와의 전쟁’을 호소하는 학부모가 늘고 있다. 대부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인 4~8세 자녀를 둔 경우다. 집에서 부모의 보살핌만 받다가 어느날 갑자기 낯선 환경, 낯선 사람들과 맞닥뜨리는 것이 큰 원인이다. 이들은 부모와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 하는 ‘분리불안 장애’, 아주 작은 규율과 통제에도 거부 반응을 보이는 ‘반항 장애’, 주의가 산만한 ‘주의력 결핍 장애’ 등 다양한 형태를 보이면서 부모 속을 태운다.
아동 전문가들은 담당 교사나 주변 학부모들과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류덕엽 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담당 장학사는 “요즘 아이들은 형제 없이 혼자 크는 경우가 많아 또래와 어울리거나 부모가 아닌 다른 어른의 보호를 받는 것을 매우 낯설어 한다”며 “담당 교사에게 아이의 상황을 알리고 문제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신주혜 가톨릭대 아동상담센터 상담원은 “자녀와 상의 없이 무턱대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낼 경우 아이로선 매우 낯설고 힘들어 할 수 밖에 없다”며 “사전에 마음의 준비를 시키는 한편, 부모 역시 아이 행동을 이해하고 다독일 줄 아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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