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해,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나요?”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이 질문에 대해 여러 가지 답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가장 간명한 명답은 리처드 데이 교수가 지난해 한국의 한 학회에 와서 남긴 말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독서를 통해 독해를 배운다. 다른 방법은 없다. 독서를 많이 하면 할수록 우리는 더 잘 읽을 수 있게 된다(We learn to read by reading. There is no other way. The more you read, the better readers we become).”
한국의 영어학습자들은 오랫동안 정독(精讀, intensive reading)에 젖어 있었다. 사실 정독이 아니라 번역(translation)에 가까웠다. 지금까지 독해(reading comprehension)라고 믿어왔던 것이 독해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일단, 독해의 정의부터 정확히 해두자.
“독해란 글을 읽는 사람과 읽을 내용 간의 상호작용 과정이다. 글을 읽는 사람이 자신의 세상에 관한 지식을 읽기 자료에 적용해서 의미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다(Reading is an interactive process between the reader and the reading material. Readers bring the knowledge that they have about the world to interact with the text to create or construct meaning).”
아직도 많은 영어학습자는 글의 의미가 저자가 쓴 글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똑같은 글이라도 읽는 사람의 경험에 따라 매우 다르게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번역’은 글쓴이의 생각을 모국어로 전환하는 작업이고, 문장 단위로 의미를 파악한다. 그러나 ‘독해’는 글 전체의 메시지를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런 점에서 ‘번역’과 ‘독해’는 크게 다르다. 한국의 영어학습자 대부분이 독해를 열심히 공부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번역을 조금 공부했다고 보는 것이 더 맞는 말이다. 물론 수능시험에서 글의 요지(main idea)를 찾는 문제는 독해에 가깝다. 그러나 수능시험 지문은 길이가 너무 짧아 독해라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이처럼 짧은 지문 위주로 영어를 공부했기 때문에 영어학습자 대부분이 원서 등을 접할 때 큰 어려움을 겪는다. 낱개 문장을 해석하는 습관이 배어 있어서 한 단원 전체를 신속히 읽고 내용을 요약하는 데 매우 서투르다. 정독만 하다 보니 속독이 불가능하다. 정독을 할 때는 빨리 읽을 필요도 없고 빨리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학생들이 외국으로 유학을 가면 독해 때문에 가장 애를 먹곤 한다.
독해 실력을 키우려면 다독(多讀, extensive reading)을 통해 많은 양의 텍스트를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읽어야 한다. 다독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꼭 필요한 훈련이다.
우선 다독은 낱개 문장이나 낱개 단어의 뜻을 파악하는 데 연연하지 않는다. 읽기 자료 전체 내용을 파악하는데 초점을 둔다.
다독은 어휘와 문법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된다. 많은 양을 읽으면서 읽기 자료에 자주 쓰이는 어휘와 문장의 패턴, 문법 사항을 반복적으로 접하고 익숙해지게 된다. ‘Good writers are readers.’란 말처럼 다독은 쓰기와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글을 잘 쓰려면 다른 이가 쓴 좋은 글을 많이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읽고 싶은 내용을 선정해 읽으면 꾸준히 흥미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다독은 독해량을 늘리는 최고의 방법이기도 하다. 다독을 하면 상상력이나 창의력이 풍부해진다. 또한, 인터넷에 떠다니는 수많은 흥미 있는 글을 읽고 활용할 수 있는 힘을 키워준다.
새 정부는 영어 말하기 능력을 키우고자 읽기 중심의 영어교육을 말하기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주장한다. 이는 모순일 뿐만 아니라 매우 잘못된 발상이다. 영어로 자유롭게 말하고 쓰는 능력은 다독과 다청을 통해 키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읽기와 듣기가 뒷받침되지 않은 회화와 영작에서 깊이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능률교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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