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과 통신정책 및 규제 업무의 통합적 관리를 위해 신설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정치적 독립성 문제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시중 전 한국갤럽 회장이 초대 방통위 위원장으로 내정된 것에 대한 찬반양론이 핵심이다.
야당인 민주당을 비롯해 언론ㆍ시민단체들은 최시중 위원장 내정자의 내정 철회나 자진사퇴를 촉구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좌파 정권 10년 동안 왜곡된 방송통신정책을 정상화하기 위한 인사라며 이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언론노조, 기자협회, 언론연대 등 언론 현업단체들이 최 위원장 내정자에 대해 갖는 가장 큰 우려는 방통위의 독립성이 침해 될 것이라는 부분이다.
제도 못지않게 위원 인사도 독립성 확보에 중요하다는 것이 이들 단체의 입장이다. 기자협회는 3일 “최측근인 최시중씨를 신설된 방통위원장에 내정한 것은 방송을 권력의 시녀로, 자본의 노리개로 만들고 장기집권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하고 “언론 유린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지 않다면 즉각 최시중 방통위원장 내정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언론노조도 같은 날 “대통령 만들기에 생을 바친 대통령의 최측근 수족이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지켜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는 10일로 예정된 최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 때까지 국회 앞 등에서 집회를 벌이는 한편 총파업 및 정권퇴진운동도 불사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문화연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내정 철회에 합세하는 양상이다.
이에 대해 최시중 내정자는 2일 간담회에서 “방통위의 독립성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줄곧 제기된 방통위 독립성 문제를 일축했다. 학계 일부에서도 “최 내정자와 같이 대통령에게 직언할 수 있는 사람이 방통위의 독립에 더 맞을 수도 있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어 인사청문 과정에서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최 내정자의 인사문제와는 별도로 언론ㆍ시민단체들은 방통위 설립법에 정부조직법 제11조(대통령의 행정 감독권) 적용에 대한 예외규정을 마련하지 못한 것도 방통위의 정치적 독립을 가로막는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이 방통위 위원장을 지휘ㆍ감독할 수 있고 위원장의 명령이나 처분을 중지 혹은 취소할 수 있어 방송이 정권에 예속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KBS2TV 및 MBC 민영화, 신문의 방송 겸영 허용 등을 줄곧 지지해온 이명박 대통령의 미디어 정책들이 방통위를 통해 실현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언론노조 신삼수 정책실장은 “방통위의 정치적 독립성을 위해서는 대통령 직속이 아닌 무소속 합의제 기구가 돼야 하며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행정감독으로부터 독립하고, 정책 보좌관 및 정책실명제를 실시해 전문성을 보완해야 한다”며 “이를 관철하기 위해 방통위 설립법에 대한 지속적인 개정 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논란 속에서 방송 심의와 의결은 물론이고 통신 정책 등을 담당할 방통위원이 정해지지 않아 방통위는 사실상 업무가 마비된 상태다. 위원장 인사청문의 통과 여부도 불투명해 업무 공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