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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소한 얼굴기형 김병수씨 내달 삼성서울병원서 무료 시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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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소한 얼굴기형 김병수씨 내달 삼성서울병원서 무료 시술

입력
2008.03.05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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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묻은 돌을 닦으며 봉사활동을 열심히 한 덕분인지 저한테도 이제 '봄날'이 오는 것 같네요. 어머니가 젤 기뻐하세요."

5일 충남 태안군 소원면 모항포구 원불교 태안교당에 설치된 자원봉사 급식소. 단지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는 이유만으로 굴곡진 삶을 살아온 안면기형 장애인 김병수(40)씨(본보 2006년 6월 5일자 8면)는 그곳에서 식판 닦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2006년 무료수술을 해주기로 약속했던 삼성서울병원 측이 수술날짜를 4월 16일로 확정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김씨는 식판을 닦던 수건을 잠시 놓으며 활짝 웃어 보였다.

김씨는 "40년간 숨쉬어 온 지난 삶이 악몽 같았는데, 이젠 보다 나은 얼굴로 자신 있게 세상에 나설 날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들뜬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소원면 출신인 그는 10년 동안의 교도소 생활을 마친 뒤 지난해 7월 출소했다. 교도소를 나와 곧장 고향으로 내려왔지만 출소 한 달 만에 부친이 돌아가셨고, 지금은 지체장애 1급인 어머니(70)를 모시고 살고 있다.

"처음엔 걱정했지만 고향 어른들도 따뜻하게 보듬어 주셨어요. 그 은혜에 조금이라도 보답하려고 마을의 궂은 일은 앞장서서 하고 있습니다."

김씨가 기름제거와 식판 설거지 봉사활동에 나선 것은 1월 14일부터. 주민들은 하루 7만원의 일당을 받고 방제활동을 하지만 어민이 아닌 그는 일당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그는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세상을 항상 비뚤게만 바라보던 눈이 달라지고 마음의 평안도 찾았다"며 "이제 수술을 받는다는 생각을 하면 힘이 펄펄 난다"고 말했다.

선천적인 안면기형 장애인으로 얼굴이 심하게 틀어진 김씨는 어릴 적부터 얼굴 때문에 항상 놀림감이 됐다. 중학교 졸업 후 수술비를 벌기 위해 상경했지만 노숙자의 길로 빠졌고,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남의 물건에 손을 대다 그만 이를 말리는 사람을 살해하고 말았다.

2006년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그는 삼성서울병원이 안면기형 무료시술사업을 한다는 본보 보도를 접하고 병원에 신청을 해 선정됐다.

김씨는 지금 어머니와 자신이 받는 장애수당과 생계수당 63만원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는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는 "이런 얼굴로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줄 알았다"며 "왜 진작 이런 일(봉사활동)에 눈을 돌리지 못했는지 후회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소아마비에다 골다공증으로 방안에 누워 있어야 하는 어머니의 약값이라도 보탤 수 있게 방제업체에서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털어놓았다.

수술을 집도할 삼성서울병원 성형외과 변재경 교수는 "종양으로 얼굴이 틀리는 바람에 턱도 서로 맞지 않고, 종양의 무게로 한쪽 눈이 감기지 않는 등 미용적 부분에 앞서 기능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본보 보도 이후 김씨에게 매달 생활비를 지원하며 편지를 주고받고 있는 김지숙(뉴욕거주)씨는 "기형으로 태어나 세상의 갖은 학대를 받으며 살던 병수씨가 한 줄기 희망을 보게 돼 기쁘다"며 "이번 수술로 마음의 상처까지 치유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태안=이준호 기자 정민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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