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유화 김천공장 폭발 화재사고로 낙동강과 지류에 발암물질인 포르말린이 유입했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환경당국의 허술한 수질감시 시스템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더욱이 업체와 당국이 포르말린 유출 사실 자체를 은폐하려고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5일 경북 김천경찰서에 따르면 페놀과 포르말린이 담긴 ‘캐처챔버’가 폭발하면서 안에 차 있던 320∼1,120㎏의 미반응 물질 속 페놀과 포르말린이 외부로 유출된 사실을 밝혀냈다.
이 중 불에 타거나 기화하고 남은 일부가 소방수에 씻겨 하천으로 흘러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대구지방환경청와 수자원공사 등은 낙동강 지류와 본류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될 가능성이 높았는데도 제대로 조사하거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수자원공사와 대구환경청은 수시로 말이 바뀌거나 사실을 은폐했다.
당초 수자원공사측은 검사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한 관계자는“먹는 물 수질검사 항목에 있는 페놀만 검사했고 거기(포르말린)까지는 신경 쓰지 못했다”고 했다. 경북도도 “포르말린은 관련 법령상 검사 내지 관리대상 물질이 아니어서 검사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수자원공사는 4일 밤 뒤늦게 검사사실을 확인했다. 한 관계자는 “화재당일 오후 1시55분∼오후3시 사이 대광천과 감천, 구미취수장 등 5개 지점에서 채수한 시료 가운데 가장 상류 1개 지점에서 0.0147ppm이 검출됐다”고 해명했다. 수공 관계자는 “맨 상류는 페놀 0.032ppm, 포르말린 0.0147ppm, 11㎞ 하류의 2번째 지점에서는 페놀이 1.135ppm나 되지만 포르말린은 전혀 나오지 않았고 그 아래 3개소에서는 페놀과 포르말린이 나오지 않았다”며 “포르말린 특성상 유출이후 검사때까지 이미 대부분 분해되거나 증발한 것으로 판단해 구미정수장에 따로 통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구환경청도 “화재당일 오후 3∼5시 사이 자체적으로 3개 지점에서 채수해 검사했으나 포르말린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해명자료를 냈다. 하지만 같은 시료에서 페놀도 검출되지 않아 포르말린 유출여부를 말하기에는 무의미한 자료였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페놀보다 독성이 4~5배 강한 포르말린의 유입 가능성을 배제했다는 것은 정부가 조직적으로 이를 은폐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5일 성명을 내고 “관계기관이 페놀만 검사했다는 것은 처음부터 사고를 축소 은폐하려는 의도였다”면서 “당국이 뒤늦게 발표자료에 포르말린이 기화특성을 갖고 있어서 수질오염물질이 아니고 물검사 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한 변명은 궁색하다”고 지적했다.
대구=정광진 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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