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매케인(72) 상원의원이 미 공화당 대선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과반수를 확보함으로써 공화당은 11월 4일 본선에서의 승리를 위한 시동을 걸었다. 매케인 의원은 ‘미니 슈퍼화요일’ 결과가 나온 4일 밤 “매우 매우 기쁘다. 자신감, 겸허함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는 말로 공화당 대선 후보로서의 일성을 밝혔다. 그는 “경쟁은 이제 시작”이라며 “중요한 것은 당의 단합”이라고 강조했다.
영광은 잠시, 험난한 가시밭길 여정
매케인 의원의 이날 관심사는 사실 자신의 대선 후보 확정이 아니라 ‘미니 슈퍼 화요일’에서 민주당의 맞상대가 누가 되느냐 하는 것이었다. ‘오바마냐 힐러리냐’에 따라 선거전략이 판이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 경선이 다시 장기전의 양상을 띠면서 매케인의 선거전략도 복잡해졌다.
매케인 의원이 내심 초조해하는 것은 어느 후보가 올라오든 미국 역사상 유례가 없는 대선 레이스를 펼쳐야 한다는 점이다.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과는 ‘흑백대결’을,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는 ‘남녀대결’을 펼쳐야 한다. 이념이나 정책과는 별개로 인종과 성별문제는 자체로 엄청난 폭발력을 안고 있기 때문에 대선 레이스 도중 이 문제가 불거져 나올 경우 어느 누구도 표심의 향배를 예측할 수 없다.
매케인 의원이 일찌감치 경선을 끝내 상대적으로 민주당보다 유리하다고는 하나, 공화당 후보가 일찍 드러났다는 것이 오히려 민주당에는 본선 전략을 짜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여기에 ‘인종과 성별’을 앞세운 변화의 바람이 본선 무대의 주된 이슈로 등장할 경우 매케인 의원은 ‘낡은 기성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안고 추락할 수 있다.
현재의 여론 판세로는 매케인 의원이 오바마, 힐러리 어느 의원에게도 다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그가 강력한 대응을 주장하는 이라크전 사태가 호전되는 국면이라는 점과 공화당 후보로 확정된 데 따른 일시적 후광 효과일 수 있다. 만약 이라크 사태가 다시 혼돈에 빠지고, 민주당의 어느 후보가 유력주자로 부상할 경우 상대적으로 매케인에 대한 선도는 흐려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매케인 의원이 안고 있는 당내 약점도 극복이 쉽지 않다. ‘독불장군’ ‘무당파’라는 별명이 그것이다. 매케인 의원은 공화당원이면서도 이민법ㆍ정치자금법 개혁, 지구온난화 문제, 인권 문제 등에서 공화당의 전통적 가치와는 거리가 있는 행보를 보여왔다.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동료 의원을 면전에서 거친 언사로 비판해 당내 친구가 거의 없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릭 센토룸 전 상원의원은 “매케인과 한판 붙지 않은 의원이 없을 정도”라며 “매케인이 대통령이 되면 당 지도부의 협조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매케인이 대통령 후보가 되면 골수 보수파들은 아예 오바마 지지로 돌아설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는 본선무대에서 매케인 의원이 텃밭인 공화당 유권자의 표를 지키는 것도 쉽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대통령에 도전하는 후보로는 역대 최고령이라는 점과 그에 따른 건강문제, 최근 터져 나온 여성 로비스트와의 스캔들 등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러닝메이트, 흑이냐 백이냐
러닝메이트를 누구로 할 것인가도 관심거리다. 약점으로 지적되는 옅은 보수색채와 부족한 행정경험, 그리고 고령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가 적임자로 거론되고 있으나, ‘인종과 성별’을 의식하면 ‘백인남자-백인남자’라는 러닝메이트 구도가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경우 흑인 여성인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 여성 상원의원인 케이 베일리 허치슨, 흑인인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도 유력해진다.
■ 존 시드니 매케인 3세
가족관계
-파나마 운하 공군기지에서 출생(1936년 8월)
-신디 헨슬리(53ㆍ맥주 유통회사 회장)와 재혼(80년). 자녀 7명, 손자녀 4명
-아버지 할아버지 모두 해군 제독 출신
-침례교
-피부암 경력
주요경력
-해군사관학교 졸업(58년)
-해군 복무(58~81년)
-베트남전 참전. 5년 반 동안 포로생활(67~73년)
-대령 예편(81년)
-하원의원(애리조나주ㆍ83~87년)
-상원의원(애리조나주ㆍ87년~현재ㆍ4선)
-2000년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패배
정책성향
-자유무역, 안보 강화, 이라크 철군 반대, 이란 핵문제 군사대응 배제 안해,총기소유 허용, 사형제 존속 등 전통적 공화당 가치 옹호
-이민법ㆍ정치자금법 개혁, 지구 온난화 문제 적극적,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ㆍ포로 인권 보호 등 진보적 성향, '무당파' '독불장군' 별명
한반도 관련 언급
-"북한이 진정 비핵화 약속했는지 불분명"
-"북한 같은 불량정권 막기 위해 미사일방어(MD) 체제 지지"
-"북미수교보다 미사일과 일본인납치, 테러지원 등 문제 선결돼야"
-"경제ㆍ안보 협력강화해 한미관계 회복할 것"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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