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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기 "배우 안했으면 후회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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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기 "배우 안했으면 후회했을 것"

입력
2008.03.04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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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토크토크] '마이 뉴 파트너'서 비리형사

"나는 커피 한 잔."

'국민배우' 안성기의 한 마디에 슬며시 미소가 떠올랐다. 갤러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이 CF의 한 장면이었다. 예순을 앞둔 나이가 무색하리만치 긴장감 있는 몸매는 섹시했다.

안성기는 영화 <마이 뉴 파트너> (감독 김종현ㆍ제작 KM컬쳐ㆍ6일 개봉)에서도 그런 매력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비리 형사였지만 아들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인물로 그려진다.

아역 시절을 포함해 영화계에 발을 들여 놓은 지 50여 년. 평범하게 살고 싶어 연기를 그만뒀다 다시 시작한 지도 30여 년. '누구의 아이'라는 부담을 지우기 싫어 아들 둘을 미국에 유학시키기도 했지만 "배우가 안 되었으면 큰 일 날 뻔 했다"는 그.

안성기는 어떤 질문에든 의례적인 답 대신 한 템포 늦더라도 진심을 담아내놨다. 신중하게 생각하는 그 시간을 어색함이 아닌, 온화한 공기로 메울 줄 아는 이였다. 그는 '여백의 미'를 지닌 동양화 같았다.

▲주름이 좋다고 예찬론을 펼치기도 하셨는데, 실제로는 더 젊어보이세요.

=주름이 많으니까 한 이야기죠, 허허.

▲영화 <마이 뉴 파트너> 는 예전 <투캅스> 떠올리게 하네요.

=경찰 둘이 나오고, 그 가운데 비리형사도 있고, 그러니까 <투캅스> 의 부활이라고들 하던데, 아니거든요. 시나리오를 덮은 뒤 마지막에 감동을 받았었어요. 아들에 대한 느낌에서, 굉장히 좋은 감정을 받았어요. 눈물이 핑 돌았죠.

▲저도 <투캅스> 를 생각하고 봤는데 의외로 강했어요.

=눈으로 보여지는 액션이 생각보다 셌죠. 내가 맡은 건 그렇게 세진 않았죠. 즐겁고 능청스럽게 가는 거니까. 내가 없을 때 다른 사람들이 잘들 찍었구나, 했죠.

▲'뉴 파트너' 조한선과는 호흡이 잘 맞았나요

=실제로도 아들 정도의 나이인데 아주 좋았어요. 순진하고 순수하고 착해요. 나는 좋은 배우 이전에 좋은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요.

▲데뷔 50년이 넘으셨어요. 예전 영화 작업 현장과 요즘 비교해보면 어떠신가요.

=예전엔 가족주의였다면 지금은 조직화되었죠. 정(情)은 예전만 못 해도 일의 전문성은 더 좋아요. 1980년대에는 분장을 안 하고 영화를 찍었어요. 의상팀도 아트 디렉터도 없었고. 스태프가 구해오면 상의해서 입었지. 예전의 장점과 요즘 장점이 절충되면 제일 좋겠지.

▲숱한 출연작 중 가장 마음에 남는 작품을 꼽아주신다면요.

=허허. 너무 어려워요. 최근작 중에는 <라디오스타> 요. 인간적인, 아주 특별한 작품이죠.

▲평소에 웬만해선 거절하지 않는, 사람 좋은 분으로 유명하시죠. 하지만 작품 속에서 비리에 젖은 모습도 어울리는데 실제로도 그런 모습이 있나요.

=되려고 노력하죠. 상당히 노력해요. 배우는 두 종류라고 봐요. 자기 스타일이 강한 배우가 있고, 그 인물에 가까이 가는 배우가 있어요. 나는 후자에요.

▲연기 생활을 중단하신 적은 있었나요.

=고등학교, 대학교, 군대시절이요. 다시 연기를 할 생각은 없었어요.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었죠. 그런데 베트남어(한국외국어대)를 전공했는데 졸업과 맞물려 베트남이 공산화되면서 사용하기 어려웠어요. 결국 내가 원하는 회사에 못 들어가 다시 영화를 생각하게 된 것이죠.

▲그때 취직하고 평범하게 살았다면 어땠을까요.

=전혀. 아휴, 배우 안 했으면 큰 일 날 뻔 했죠. 행복해요. 촬영하는 동안 그 현장이 힘들건, 재미있건. 머리를 맞대고 좋은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 좋아요. 다 찍고 이렇게 홍보할 땐 사실 힘들어요, 허허.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건강을 위해서 늘 해요. 나이가 들어도 노쇄한 느낌이 들면 안 되거든요.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며) 무슨 일이든 벌일 수 있는 에너지가 느껴져야 해요. 그래야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어요. 촬영현장은 체력 소모가 많은데 나 때문에 촬영에 지장을 주면 불편해지니까. 평소에 뛰기와 근력 운동을 하고 배우들과 다달이 골프 모임을 해요.

▲얼마 전 TV에 두 아드님이 출연해 미남이라는 소리를 들었어요.

=두 아이 모두 미국에 있어요. 나는 '기러기 아빠'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아이들만 보냈어요. 대신 기숙사 생활을 해요. 기숙사라면 아이들이 이제 도사죠, 도사. 하하. 큰 아들은 6학년때 가서 지금 뉴욕에서 조각을 전공하고 둘째 아들은 보스턴에서 중학교를 다니죠. 엄마가 조각을 공부해서 DNA를 받았나봐요. 창조적인 것을 좋아해.

▲'아버지'로서 안성기는 어떨까요.

=아이들을 잡아줄 것은 잡아주죠. 매를 들진 않지만 말로서 해요. 어려서부터 외국에 있다 보니 예의에 대해 이야기도 해 주고.

▲두 아드님을 미국에 보낸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우리 일을 하는 이를 부모로 두다 보니 학교에서 시선이 있어요. '누구 아들이다'라는 부담을 주기 싫어서…그런 게 가장 컸어요.

▲아내와 여전히 신혼처럼 지낸다고 했는데 그게 가능한가요.

=마음먹기에 달렸죠. 그냥 되는 것은 하나도 없어요. 그냥 굴러가지나, 안 돼. 여러 노력과 정성을 들이고,서로를 배려해야 해요. 이쪽에서 이만큼 하는데 저쪽은 왜 안 하나,라고 생각하면 피곤해지기 시작하는 거죠. (오른손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시키며) 이렇게 한 쪽이 앞서가다 (왼손이 오른손을 따라가며) 또 한쪽이 따라 가기도 하고 (왼손이 오른손을 앞질러 가며) 앞장 서기도 해요. (다시 오른손을 이동시키며) 그럼 다른 쪽은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해서 또 따라가고…고무줄 같은 거라고. 그러다보면 표현하지 않아도 이심전심 알게 되죠.

▲다시 태어나도 지금 아내와 결혼하시겠어요?

=그동안 겪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을 수 있겠죠. 행복의 시간을 당길 수 있을 것 같아요.

▲부부만 한국에 같이 사시면 동반 외출은 많이 하시나요.

=여행을 같이 가 본 적이 거의 없어요. 내가 경조사를 챙길 일이 많다 보니 3박4일 이상 휴가를 갈 수가 없었어요. 꼭 중간에 뭔가 걸려(웃음). 다시 결혼한다면 젊을 때 여행을 같이 많이 다닐 것 같아요.

▲영화계 맏어른이다 보니 그러신가봐요. 가장 최근 여행을 간 것은 언제인가요.

=이번 설에 <고래사냥> 의 배창호 감독 가족과 김수철, 우리 가족이 용평에 가서 하룻밤 자고 왔어요. 보드도 타고, 옛날에 촬영하면서 고생한 이야기도 하고.

▲한국영화의 위기는 어떻게 타개해야 할까요.

=한국영화의 좋은 분위기에 편승해 작년과 재작년에 영화가 많이 만들어졌어요. 그 중에는 완성도가 낮은 작품도 있었기에 관객이 외면하기 시작했어요. 외국 영화는 예전보다 좀 나아진 것 같고. 그래서 반전되는 느낌이 있는데…. 예견하기 어려운 감이 있어요. 하지만 좋은 영화가 나오면 관객은 외면하지 않는다는 것은 진리에요.

▲그동안 정말 많은 것을 이루셨는데요. 아직도 해 보고 싶은 역할이 있으실까요.

=하도 많이 웃어서 한 신도 미소조차 안 짓는 역할을 해 보고 싶기도 해요. 근데 그러면 후회할 것 같아. 나의 개성은 편안함 속에서 나오는 것 아닐까.

▲그런 역 하신 적 있으세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에서요.

=아, 그런가? 그러네…. 해 본 적이 있네.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아니야, (손짓과 표정을지어 보이며) 마지막에 자전거를 삭 들면서 씩 웃잖아. 웃긴 웃었다고,하하.

▲미소의 종류가 다르긴 하지만 미소가 빠진 역은 안 해보셨군요. 앞으로 계획은요.

=차기작은 보고 있고,올해는 꼭 가족과 여행을 가고 싶어요. 아들이 있는 미국에 가더라도 3박4일 이상 있어본 적이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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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지곤 기자 스포츠한국 이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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