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교황청이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이단으로 몰아 종교재판에 회부한 지 400년 만에 그의 조각상을 경내에 건립키로 했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4일 보도했다. 교황청의 방침은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과학 비하 발언으로 경색된 종교_과학간 관계를 복원하기 위한 첫 걸음이 될 전망이다.
교황청 과학원의 수장인 니콜라 카비보는 “교회는 갈릴레이 문제에 대한 매듭을 짓는 한편 그의 위대한 유산 외에도 과학_종교간 관계에 있어 최종적인 이해에 도달하고자 한다”며 이번 방침의 취지를 설명했다. 조각상은 1633년 갈릴레이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옹호했다는 이유로 재판 받을 당시 감금됐던 장소 부근인 바티칸궁 정원에 세워진다.
교황청은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79년 갈릴레이의 재판을 재고할 것을 권고하면서 갈릴레이에 대한 이단 판결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바오로 2세는 92년 지동설을 금지했던 당시의 조치가 “비극적 상호 이해 부족”으로 비롯된 실수였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반면 베네딕토 16세는 갈릴레이에 대한 이단 판결을 옹호한 과거 발언이 문제가 돼 지난달 로마 사피엔자 대학에서의 강연이 취소되는 등 논란을 빚어 왔다. 갈릴레이가 사용했던 연구 장비들을 보관 중인 피렌체 박물관의 파올로 갈루치 관장은 “만약 갈릴레이가 틀렸더라도 과학적 오류는 교회 법정이 판단할 영역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탈리아 로마와 피사, 피렌체, 파두아 등지에서는 내년으로 다가온 갈릴레이의 천체 망원경 발명 400주년에 앞서 다양한 기념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교황청도 이에 동참, 40여명의 세계 각국 출신 과학자가 참석하는 갈릴레이 회의를 개최하며 갈릴레이를 가장 심하게 공격했던 예수회는 피렌체에서 갈릴레이의 실험을 재연하는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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