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난공불락’이다. 지난 2일 중국 광저우에서 끝난 세계탁구단체선수권을 통해 다시 한번 중국 탁구의 압도적인 힘이 드러났다. 중국은 남녀 단체전 모두 한국과 현격한 기량차를 보이며 우승했다. 80년대 중국에 강력한 대항마였던 한국의 존재감은 점점 옅어지고 있다. 무엇이 지금의 차이를 만들었을까.
■ 점점 벌어지는 기술격차
녹색 테이블 위에서 중국의 서브와 리시브는 압도적이다. 회전이 많이 걸려 2구부터 주도권을 쉽게 빼앗긴다. 반면 한국 선수들의 서브와 리시브는 그다지 위협적이지 못하다.
이 같은 격차는 오랜 시간 기술력 향상에 공을 들인 중국 탁구의 대대적인 투자 때문이다. 60년대 까지 일본이 주름잡던 국제탁구에 회전력을 가미한 신기술과 함께 등장한 중국은 이후 세계 탁구의 패권을 놓치지 않았다.
세계랭킹 1위 왕하오가 쓰는 이면타법 역시 꾸준한 기술개발의 결실이다. 90년대 초반 현 중국대표팀 감독인 류궈량이 고안한 것으로 알려진 이면타법은 마린(2위)이 가다듬고 왕하오에 의해 완성된 ‘10년 프로젝트’다.
경기력 향상에 직결되는 첨단 용품의 개발도 한 몫 했다. 중국은 국가대표용 고무러버를 따로 제작한다. 비밀리에 제작되는 이 고무러버를 사용하면 회전이 더 많이 걸린다. 때문에 경기 초반 적응하지 못해 쉽게 점수를 내주는 현상이 빈번히 나온다.
무엇보다 중국이 세계 최고의 기술 수준을 유지하는 비결은 철저한 ‘비밀주의’ 때문이다. 기술 유출에 대해 엄격히 통제한다. 또 모든 기술이 일원화됐기 때문에 전국 각지의 탁구 유망주들이 똑 같은 방식으로 기본기술을 습득하는 점도 중국 탁구의 원동력이다.
반면 한국은 중국이 새로 내놓은 기술을 따라가기 바쁘다. 아직도 국내에는 이면타법을 가르칠 수 있는 지도자가 없다. 유소년 시절에는 각 초등학교에 산재해 있는 탁구 지도자들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기본기를 가르치고 있어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 국기(國技)와 취미 사이
중국에서 탁구는 ‘국기’로 통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탁구를 즐겨 치고 그만큼 국민적 관심도 높다. 8월 개막하는 베이징올림픽에서 탁구는 여자배구, 류시앙(남자육상)과 함께 3대 관심 종목에 속한다.
중국 탁구의 저변은 상상을 초월한다. 중국에는 3,000만명의 등록 선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3억 인구를 감안하더라도 믿기지 않는 수치다. 국가대표 상비군 50여명의 수준은 당장 국제무대에 내놔도 20위권이라는 평가. 왕하오와 왕리친 등 특급 스타들의 연수입은 10억원을 훌쩍 넘는다.
중국 31개의 성(省)은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국내선수권대회에 13억 인구에서 가려 뽑은 최정예 에이스들을 내보낸다. 왕하오는 창춘, 왕리친은 상하이, 마린은 선양 출신이다. 각 지역 최고 실력자를 뽑은 뒤 대표선수가 되면 중앙정부의 집중적인 지원을 받는다.
반면 대한탁구협회에 등록된 선수는 고작 200여명 수준이다. 대표팀 상비군은 남녀 각 12명 뿐 이다. 축구와 배드민턴 다음가는 동호인 인구를 갖고 있지만 경기력으로 연결되지는 않고 있다.
광저우(중국)=김기범 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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