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바둑에 빠진 사람과 바둑에 삐친 사람. 바둑에 빠진 사람은 저에게도 빠져들어요. 저를 보고 바둑계의 얼짱, 바둑계의 원더 걸스라고 이야기합니다. 저, 참 재수 없죠? 하지만 저에게 빠지면 재수가 좋아집니다. 여러분, 모두 부자 되세요.”
현역 여자 프로 기사가 최근 공중파 방송의 본격 코미디 프로에 출연, 화제가 되고 있다. 바둑계 미녀 해설자 한해원(3단)이 지난 달 27일 방영된 KBS 2TV ‘폭소 클럽2’의 ‘부자 되세요’ 코너에 출연, 자신의 ‘재테크 비결’을 코믹하게 소개해 시청자들을 웃겼다.
한해원이 첫 방송에서 공개한 ‘부자 되는 법’은 “부잣집에서 태어날 것, 부자와 결혼할 것, 부자 되는 방법을 공부할 것” 등 세 가지인데 이번 주(5일)부터 부동산 주식 등을 소재로 본격적인 재테크 이야기가 매주 펼쳐진다고.
“완전 초보자를 대상으로 설정해서 ‘이러면 부자 된다’ ‘이러면 망한다’ 식으로 여러 가지 사례를 재미있게 다루는 내용이에요. 원래 제가 호기심이 많아서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를 좋아하는데다 바둑을 좀더 널리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시작했는데 시청자들의 반응이 어떨지 걱정 되네요.”
한해원이 ‘폭소 클럽2’에 출연하게 된 것은 바둑TV에서 해설을 맡고 있는 코미디언 김학도와 식사를 하다가 우연히 재테크 이야기가 나온 게 계기가 됐다.
마침 재태크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었는데 한해원이 프로 기사로서는 특이하게 재테크가 취미라고 할 정도로 관심이 많고 실제로 친구들과 재테크 동호회를 만들어 5년이나 회장을 맡는 등 거의 전문가 수준이어서 딱 적임자로 판단됐던 것.
“대본은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가 혼자 써요. 그런 다음 작가님들과 상의해서 좀더 재미있게 수정을 하죠. 그 후 이틀간 연습인데 바둑 해설은 5시간씩 생방송을 해도 끄떡없지만, 코미디는 불과 5분 밖에 안 되는데 무척 긴장되네요. 오늘 또 방송국에 가서 리허설을 해야 하는데 재미없다고 잘릴까봐 걱정이에요. 선전 좀 잘 해주세요.”
1982년생으로 1998년 입단한 한해원은 2002년 우연히 선배 언니의 추천으로 스카이바둑에서 ‘동글이랑 네모돌이’ 라는 어린이 바둑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게 ‘승부사에서 방송인’으로 인생이 달라지는 계기가 됐다. 이후 바둑TV에서 한국바둑리그 등 주요 기전 대국 해설과 바둑계 행사 MC를 도맡아 자타가 인정하는 바둑계 최고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바둑과 재태크의 공통점이라면 치밀한 계산력과 함께 성급히 포기하지 않고 결정적인 기회를 노리며 끈질기게 기다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저도 단타 매매보다는 조금 기다리는 스타일이에요. 그동안 수익은 꽤 짭짤했죠. 지난 몇 년간 최저 수익률이 35% 정도는 됐으니까요.”
지난 달 외국어대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3단으로 승단하는 등 경사가 겹쳤다. “물론 결혼도 해야죠. 일단 문화적 성향이 비슷해야겠죠. 저처럼 음악을 좋아하고 여행을 즐기는, 마음이 따뜻한 남자였으면 좋겠어요. 바둑은 몰라도 돼요.”
‘재테크 전문가’로서 올해 증시 전망에 대해 묻자 “지수는 원래 하느님도 모른다니까 말하기 어렵구요. 다만 아직도 종목별로 저평가된 우량주가 많이 있으니까 이를 잘 골라서 장기 보유하면 괜찮을 것 같아요”는 ‘모범 답안’을 내놨다.
박영철 객원 기자 indra036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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