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진짜 힘들더라고. 물 속에 머리를 담그고 40초 정도 견뎌야 하는데 말이지. 스턴트 하는 친구도 못하겠다고 그러는데….”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안성기(56)는 촬영현장을 얘기할 때 신이 났다. 80편 가까운(아역까지 포함하면 100편이 훌쩍 넘는) 영화에 출연했지만, 영화는 아직 그를 설레게 하는 어떤 것이었다. 그는 천상 배우였다.
6일 개봉하는 <마이 뉴 파트너> (감독 김종현)에서 그는 <투캅스> 이후 15년 만에 다시 형사 역을 맡았다. 비리와 외도를 저지른 과거 때문에 경찰대학을 수석졸업한 아들에게 아비 취급을 못 받는 지방 경찰서 풍속반장이다. 넉살 좋은 웃음에 페이소스를 자아내는 깊은 주름. ‘국민배우’라는 타이틀이 붙은 안성기의 이미지다. 투캅스> 마이>
“맞어. 요즘 배우들 참 잘하지. 입체적이고 깊이 있고…. 나 때는 지금 황정민, 송강호, 최민식이 하는 역할을 내가 다 해야 했어. 사람도 많지 않았고, 영화하기도 환경이 좋지 않았지. 그래서 폭이 넓은 대신 깊이가 얕았달까….”
모두가 인정하는 한국의 대표 배우지만, 요즘 각광 받는 배우들에 비해 그의 연기는 평면적이라는 평이 많다. 안성기는 그런 지적을 부인하지 않았다. 영화계에서 자신의 무게에 비해, 고르는 작품의 숫자도 많은 편이다.
“난 영화 현장을 좋아해. 영화도 좋아하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걸 좋아해. 그런데 절대적으로 좋은 작품만 할 수는 없지. 때로는 60점, 70점 짜리 시나리오라도 마음에 닿는 부분이 있으면 그걸 하는 거야. 기대에 못 미치는 작품을 열심히 해서 90점 짜리로 만드는 재미도 있고.”
자신의 표정에 현장 분위기가 좌우되는 위치 때문에, 젊을 때보다 오히려 지금 스태프들의 눈치를 더 봐야 한다는 안성기. 평생 한 우물만 판 그에게, 그 우물이 말라간다는 작금의 위기설은 어떻게 다가올까.
“한류다 뭐다 해서 한창 재미 있을 때, 모두들 너무 단물만 빨아먹으려고 했어. 좀 더 장기적으로 생각했어야 하는데…. 영화의 위험부담을 나눠 갖는 자세가 필요해. 대신 성공했을 때는 열매를 나눠 가지면 되니까. 그러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거야. 난 그렇게 믿어.”
유상호 기자 사진=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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