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의 여성 대선주자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4일 ‘미니 슈퍼 화요일’의 4개주 경선에서 부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경제와 안보 분야의 자질면에서 경쟁자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보다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오바마 의원의 대세론에 밀리면서도 “이제 막 몸을 풀기 시작했을 뿐”이라며 결연함을 보인 것도 힐러리 의원이 강점이 됐다. 출구조사 결과 경선의 최대 승부처였던 텍사스와 오하이오주에서 유권자들은 경제 문제를 최고의 관심사로 꼽았고 힐러리 의원은 이 두 곳의 예비선거를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특히 생산직 근로자들이 승패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오하이오주에서 힐러리 의원은 오바마 의원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12%포인트 차이가 넘는 대승을 거뒀다. 생산직 근로자들이 오바마 의원의 대세론에 영향을 받기도 했지만 여전히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힐러리 의원의 경험이 유용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힐러리 의원과 오바마 의원이 경제 문제로 격돌하면서 불거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수정 논란은 결과적으로 오바마 의원에게 결정적 악재로 작용했다. 오바마 의원은 힐러리 의원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재임시절 NAFTA가 체결된 등을 문제 삼아 “나프타가 미국인들이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있다”고 공세를 폈으나 NAFTA 체결국인 캐나다가 발끈하고 나서면서 상황은 꼬여 버렸다.
오바마 의원의 측근이 캐나다 당국자를 몰래 만나 “오바마 의원의 발언은 정책이 아니라 ‘정치적’ 주장일 뿐”이라며 무마를 시도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오바마 의원은 미숙함이 노출됐고 뒷거래에 따른 도덕성 공세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오바마 의원은 이를 극구 부인했으나 오하이오 유권자들을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출구조사 결과 미군 최고사령관으로서 힐러리 의원이 더 적합하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처럼 힐러리 의원은 안보 문제에서도 오바마 의원을 효과적으로 공략했다.
힐러리 의원은 TV 광고를 통해 “새벽 3시에 전화를 받고 국가안보가 걸린 중대 결정을 내릴 준비가 된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는 취지로 유권자들에게 접근,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힐러리 의원은 이 광고에서 “이 같은 결정은 말만 앞세워 되는 것도 아니고 연습할 시간도 없다”고 오바마 의원을 몰아 세웠다.
텍사스 예비선거에서 오바마 의원이 격차를 최대한 좁히기는 했으나 끝내 고배를 마신 것은 민주당 유권자들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중남미 출신 히스패닉 공략에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오바마 의원은 텍사스주 흑인 유권자들로부터는 절대적 지지를 받았으나 젊은 층의 자발적 ‘풀뿌리 조직 운동’으로도 히스패닉 사회에 구축해 놓은 힐러리 의원의 아성을 깨뜨리지는 못했다. 오바마 의원은 그러나 지지자들의 열성도가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는 텍사스 코커스(당원대회)에서는 예상대로 선전할 수 있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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