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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임꺽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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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임꺽정

입력
2008.03.0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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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희 / 사계절碧初 40주기, 탄생 120주년 민중사ㆍ언어의 영원한 샘

1968년 3월 5일 <임꺽정> 의 작가 벽초(碧初) 홍명희(洪命熹)가 북한에서 80세로 사망했다. 올해는 그의 40주기, 탄생 120주년이 되는 해다. 1948년 남북연석회의 참석차 평양에 갔다가 북한에 남은 그는 부수상, 조평통 위원장, 최고인민회의 부위원장을 지냈다. 일제시대 두 살 아래의 최남선, 네 살 아래 이광수와 함께 ‘조선 3재(才)’라 불렸던 홍명희는 그때문에 남한에서 잊혀져야 했다. 한국 리얼리즘 소설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임꺽정> 도 문학사에서 지워져 있었다.

<임꺽정> 이 다시 출판된 것은 1985년이다. 전9권으로 나온 책은 그러나 당시의 정치체제 아래서 즉각 판금됐다. 하지만 홍명희의 글맛, 민족의 사회사와 언어의 마르지 않는 샘물을 맛본 독자들은 결코 <임꺽정> 을 잊을 수 없었다. 거기 담긴 민중적 저항의 기운은 그대로 당시 젊은이들의 반독재투쟁의 정신과 통하는 것이었다. 입에서 입으로 소문은 전해졌다.

1988년 월북작가 해금 이후 1991년에야 제2판이 전10권으로 나왔고, 1995년 3판, 그리고 올해 1월에 개정판이 나왔다. 2008년 판은 사계절출판사가 홍명희의 손자인 홍석중(67ㆍ그는 2004년 소설 <황진이> 로 북한 작가로서 분단 이후 최초로 남한의 만해문학상을 수상했다)과 2006년 정식 출판권 설정 계약을 맺고 출간한 판본이다.

어릴 적 기자가 아버지 손에 이끌려 처음으로 서점에 가서 멋모르고 집어들어 사 왔던 책도 어린이용 임꺽정 이야기였다. ‘꺽정이’는 우리 안에서 그렇게 면면하다. 홍명희는 읽을수록 감칠맛나는 우리말, 뚜렷한 민족ㆍ민중의식으로 자신의 유일한 문학작품인 <임꺽정> 을 불멸의 고전으로 만들었다.

그는 “나는 이 소설을 처음 쓰기 시작할 때에 한 가지 결심한 것이 있지요”라며 “임꺽정만은 사건이나 인물이나 묘사로나 정조로나 모두 남에게서는 옷 한벌 빌려 입지 않고 순 조선 것으로 만들려고 하였습니다. ‘조선정조(朝鮮情調)에 일관된 작품’, 이것이 나의 목표였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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