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희 / 사계절碧初 40주기, 탄생 120주년 민중사ㆍ언어의 영원한 샘
1968년 3월 5일 <임꺽정> 의 작가 벽초(碧初) 홍명희(洪命熹)가 북한에서 80세로 사망했다. 올해는 그의 40주기, 탄생 120주년이 되는 해다. 1948년 남북연석회의 참석차 평양에 갔다가 북한에 남은 그는 부수상, 조평통 위원장, 최고인민회의 부위원장을 지냈다. 일제시대 두 살 아래의 최남선, 네 살 아래 이광수와 함께 ‘조선 3재(才)’라 불렸던 홍명희는 그때문에 남한에서 잊혀져야 했다. 한국 리얼리즘 소설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임꺽정> 도 문학사에서 지워져 있었다. 임꺽정> 임꺽정>
<임꺽정> 이 다시 출판된 것은 1985년이다. 전9권으로 나온 책은 그러나 당시의 정치체제 아래서 즉각 판금됐다. 하지만 홍명희의 글맛, 민족의 사회사와 언어의 마르지 않는 샘물을 맛본 독자들은 결코 <임꺽정> 을 잊을 수 없었다. 거기 담긴 민중적 저항의 기운은 그대로 당시 젊은이들의 반독재투쟁의 정신과 통하는 것이었다. 입에서 입으로 소문은 전해졌다. 임꺽정> 임꺽정>
1988년 월북작가 해금 이후 1991년에야 제2판이 전10권으로 나왔고, 1995년 3판, 그리고 올해 1월에 개정판이 나왔다. 2008년 판은 사계절출판사가 홍명희의 손자인 홍석중(67ㆍ그는 2004년 소설 <황진이> 로 북한 작가로서 분단 이후 최초로 남한의 만해문학상을 수상했다)과 2006년 정식 출판권 설정 계약을 맺고 출간한 판본이다. 황진이>
어릴 적 기자가 아버지 손에 이끌려 처음으로 서점에 가서 멋모르고 집어들어 사 왔던 책도 어린이용 임꺽정 이야기였다. ‘꺽정이’는 우리 안에서 그렇게 면면하다. 홍명희는 읽을수록 감칠맛나는 우리말, 뚜렷한 민족ㆍ민중의식으로 자신의 유일한 문학작품인 <임꺽정> 을 불멸의 고전으로 만들었다. 임꺽정>
그는 “나는 이 소설을 처음 쓰기 시작할 때에 한 가지 결심한 것이 있지요”라며 “임꺽정만은 사건이나 인물이나 묘사로나 정조로나 모두 남에게서는 옷 한벌 빌려 입지 않고 순 조선 것으로 만들려고 하였습니다. ‘조선정조(朝鮮情調)에 일관된 작품’, 이것이 나의 목표였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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