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은 4일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의 예외 없는 비리 부정 연루자 공천 배제 원칙 천명으로 하루 종일 술렁거렸다.
이날 오전 박 위원장의 폭탄 선언으로 시작된 공천 기준 논란은 현실론과 원칙론이 맞서면서 밤 늦게까지 기준 확정에 진통을 겪었다. 손학규 박상천 두 공동대표는 오후 일정을 취소한 채 직접 박 위원장 설득 작업에 나섰고,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박 위원장을 압박했으나 요지부동이었다.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오전10시에 시작된 공심위는 초반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였다. 애초 박 위원장을 비롯한 외부 공심위원은 “비리 부정 전력자는 예외 없이 공천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러다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 원칙은 맞지만 현실적으로 후보자가 부족한 당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는 당내 인사들의 반대 의견에 부딪히면서 지난달 29일로 예정돼 있던 공천 심사 기준 확정이 이날로 4일이나 미뤄지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회의가 시작되자 박 위원장은 뇌물, 알선수재,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구체적인 공천 배제 적용 기준을 밝히면서 20여분간 격정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박 위원장은 단호한 어투로 “민주주의라고 아무 소리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제 논리에 반대할 사람은 논리로서 반박해달라. 혹 자기도 모르게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분이 아니라면 논리를 대라”고 공개적으로 당 출신 공심위원들을 압박했다.
이어 3시간 동안 진행된 회의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한 공심위원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의 격론이 오갔다”고 급박했던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상황이 긴박해지자 손학규, 박상천 공동대표까지 나섰다. 두 공동 대표는 국방장관 면담 일정도 취소한 채 당사로 나와 오후 2시30분부터 박 위원장과 만나 정치적 현실론을 앞세워 설득전에 나섰다. 박 위원장에 대한 설득에는 김원기 전 국회의장과 유인태 최고위원까지 가세했다.
그러나 설득은 쉽지 않았다. 당 지도부는 “개인 비리와 당 활동 차원에서 빚어진 불법을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박 위원장은 “원칙이 한 번 무너지면 모든 게 망가진다”고 강조한 뒤 공심위원장 사퇴 카드를 내밀며 배수진을 쳤다는 후문이다. 유 최고위원은 면담을 마친 뒤 “모인 사람들이 한숨만 쉬고 있다. 당을 위해 희생한 사람들을 어떻게 자르느냐. 우리 입장에서는 그럴 수 없지”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결국 오후 6시 최고위원 회의까지 소집됐다. 당 차원에서 입장을 정리해 박 위원장을 압박하자는 의도였다. 2시간여 논의 끝에 최고위원들은 ‘선별 구제’ 쪽으로 결론을 냈고 다시 한 번 박 위원장 설득에 나섰다.
하지만 공심위는 이마저 인정하지 않았다. 박경철 공심위 홍보간사는“당을
위해 희생한 사람을 예외로 인정하면 국가를 위해 희생했다고 하는 사람은
어떻게 할 거냐”며“안타깝지만 예외없이 가야 한다는게공심위의 입장”이
라고 전했다.
결국 입장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고 공심위는 오후11시20분 정회됐다. 박
간사는 브리핑에서“국민 대다수가 아닌 전부가 동의하는 기준으로 가야 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며“당 상황도 이해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말했다. 공심위는 5일 오전회의 일정도 잡지 않은채 버티기에들어갔다.“ 예외는 없다”며 공을 다시 당 지도부에 넘긴 셈이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