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실용주의를 국정지표로 삼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했다. 경제 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채택함으로써, 부강한 나라와 품격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으리라는 국민적 여망을 다시 확인시켰다. 취임사에서 과학기술에 대한 창의적 역량을 키우는 의지를 분명히 밝혀, 정부조직 개편과정에서 논쟁이었던 과학기술 홀대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해소되었다.
과학 홀대 우려는 좀 덜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염려했던 것은 국가연구개발사업에 대한 정부의 종합조정 제도가 부실화 혹은 폐기되는 것이었다. 우리는 1998년부터 전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에 대해 조사ㆍ분석 및 평가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음해 예산을 배분하는 제도를 만들어 왔다. 시행 초기의 부족하고 미흡한 요소를 꾸준히 개선, 다른 나라들도 관심을 갖는 수준이 됐다.
2006년 방한했던 독일연방 교육연구부의 아네트 샤반 장관도 예산배분까지 포함한 우리의 종합조정시스템 제도를 크게 칭찬했다. 정부조직법의 국회 통과 과정에서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존치되고 과학기술혁신본부 업무의 대부분이 교육과학기술부로 승계되어 당초의 걱정이 일부 해소된 것은 다행이라 하겠다.
그럼에도 과학기술계를 불안하게 했던 이슈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과학과 기술을 분리하는 정책은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의 중요한 특징인 컨버전스라는 메가트렌드와 거리가 있다. 심지어 선진국들은 과학과 기술 사이의 융합뿐 아니라 인문사회와의 교류와 협력을 중요하게 관찰하고 있다.
정부출연 연구소의 문제만 해도 그렇다. 연구회의 관할을 나누는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공공연구소가 어떤 역할과 임무를 맡는 것이 향후 국정운영 지침과 걸맞은가 하는 논의는 이루어지지도 않은 채, 정부조직 개편에서 나눠먹기의 대상이 되었다는 인상을 떨칠 수 없다. 26개 연구소가 속한 연구회도 산하기관을 대표하는 역할과 노력이 크게 부족했다. 이같은 서운함의 밑바탕에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부출연 연구소가 개혁과 개편의 대상이 되었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리라.
과거 40년간 정부출연 연구소는 과학기술을 이끌어 온 리더였으며, 그 역할을 충실히,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다. 최근 10여년 사이에 정부출연 연구소가 자원 투입 대비 생산성이 미흡하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우리사회 전반적 수준과 평가잣대가 높아지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과학기술 강국으로 가는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과학기술정책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작동되고, 우수한 인재를 과학기술계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시스템 측면에서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와 과학기술혁신본부의 기능이 효과적으로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 조직적인 측면에서 최소 규모로 존치됐다고 볼 때 이전보다 훨씬 긴밀한 협조를 담보하는 역할분담 방안이 필요하다.
우수인재 모이게 환경 개선을
우수한 인재를 과학기술계로 유인하는 데는 제도적인 당근과, 연구자가 긍지를 가질 수 있는 연구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연구소의 과학기술자는 대학교수나 공무원 등에 비추어 정년 연금제도 등이 매우 불리하게 되어 있다. 상대적 불이익이 해소될 수 있도록 새 정부가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
대통령과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취임사에서 언급한 과학기술이 우리의 미래를 열어준다는, 그래서 앞으로 더욱 확대ㆍ지원하고 중요시하겠다는 말을 믿고자 한다. 이제부터는 정부출연 연구소도 모든 과학기술계와 함께 선진 일류국가의 꿈을 이룩하는 데 앞장서서 흐트러진 주변을 추슬러야 할 것이다.
금동화 KIST원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