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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주민 62%' 스트레스 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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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주민 62%' 스트레스 장애'

입력
2008.03.0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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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18일, 충남 태안군 수산경영인회관 도로. 유류피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던 집회 현장에서 지모(56)씨가 분신 자살 했다. 맨손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김모(73)씨와 굴 양식장을 운영하던 이모(66)씨가 자살한 데 이어 세 번째 희생자였다.

당시에는 잇딴 자살이 울분에 찬 일부 주민의 우발적 행동으로 여겨졌으나, 정밀 조사결과 주민 20%가 자살 충동을 느낀 극한 상황에서 벌어진 당연한 귀결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4일 녹색연합과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에 따르면 태안 소원면 모항, 법산, 의항, 송현, 소근, 신덕리 등의 주민 325명(남 114ㆍ여 211명)을 설문ㆍ면접 조사했는데, ‘최근 1주일간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느냐’는 물음에 20.5%(63명)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 자살 충동을 느낀 주민 열 명 중 한 명은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영수 한림대 의대 교수는 “자살 충동을 느낀 주민의 10%가 실제로 시도를 했으며, 주민의 44%(106명)는 이미 자살한 3명에 대해 적극적 동조했다”며 “이는 보건의료학적으로 매우 위험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방제 작업에 참여한 주민들은 심각한 내ㆍ외상의 후유증에도 시달리고 있었다. 주민 62%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ㆍ신체적 손상이나 생명 위협을 받은 후 1개월 이상 우울증 등을 경험하는 질병)’를 겪고 있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대구 지하철참사 부상자 129명 중 50% 가량이 PTSD 장애를 겪은 것보다 높은 상태”라고 말했다. 주민 중 상당수는 또 우울증(44%), 강박 장애(39%), 불안 장애(28%) 증세도 나타냈다.

유기용제용 마스크나 보호 안경 등 적절한 보호장구 없이 원유에 직접 노출되는 바람에 이상 증세를 보인 주민들도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주 교수는 “당국에서 주민 172명(66.4%)에 대해 방제복을 지급했지만 큰 효용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대부분 주민이 가려움이나 발진 증세를 겪었으며 두통, 메스꺼움, 어지러움 등 신경계 이상 증세도 호소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주민들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역주민 기초생계 지원(43.7%)’, ‘유류 오염지역의 방제 및 복구작업 지원(23.7%)’, ‘정부의 선보상’(22.8%) 등을 꼽았다. 녹색연합은 “주민 배상 업무 및 피해 자료 수집 등을 총괄할 지휘본부가 하루 속히 꾸려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현정 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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