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은 4일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이 금고형 이상 비리 전력자에 대한 공천 배제 원칙을 천명하자 찬반논란에 휩싸였다.
박 위원장의 원칙론을 둘러싸고 당내에선‘정치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과‘공천개혁만이살길’이란 찬성논리가 맞섰다. 일부 해당자들은 무소
속출마를 시사하기도 했다. 최종 결론은 5일로 미뤄졌지만 공천의 전권을
쥐고 있는 박 위원장과 외부 공심위원들의 입장이 요지부동이어서 예외 없
는 공천 배제 원칙은 관철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위원장이 이날 밝힌 원칙은“뇌물과 알선수재, 공금 횡령, 불법 정치자
금 수수, 파렴치범, 개인 비리를 포함한 모든 형사범 가운데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엔 예외 없이 공천에서 배제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비리^부정 전력자 모두를 공천에서 탈락시키겠다는 뜻이다.
박 위원장이 작심한 듯 공개적으로 이 같은 원칙을 천명하자 당내 인사들
은 하나같이 충격에 빠진 모습이었다.
이미 호남 현역의원 30% 이상을 교체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대대적인 공천
물갈이가‘실제 상황’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특히 비리^부정 전력자 공천 배제원칙에 해당하는 상당수가 중량급 인사
인 데다 당선 가능성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아 왔다는 점에서 충격파는 훨씬
컸다.
김홍업 의원과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 신건 전 국가정보원장은‘DJ
맨’으로 분류되고, 이상수 전 노동부장관과 안희정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
의 최측근이다. 신계륜 사무총장과 배기선 의원, 이용희 국회부의장, 이호웅전의원 등은 당내 신망이 두텁고 수도권과 충청권 등에서 당선권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장 해당 인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대다수는“억울하다”(김홍업 의원)
“할 말이 없다”(이호웅 전 의원 측)며말을 아꼈지만 일부는“공심위가 정치적 희생양을 만들고 있다”(박지원 전실장)거나“본인들이 납득할 수 없는기준을 일괄 적용하는 건 당헌^당규위반”(신계륜 총장)이라며 공개적으로불만을 터뜨렸다. 이용희 부의장이나 박지원 전 실장 등의 경우 무소속 출마를 강행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당 전체적으로는 과감한 공천 개혁을 주장하는 박 위원장의 의견을 찬성
하는 쪽이 우세했지만 반대 의견도 상당하다. 특히 당 안팎의 상황을 모두
감안할 수밖에 없는 지도부의 다수는 대체로 박 위원장에게 재고를 촉구하는 입장이다. 한 호남권 의원은“사안의경중과 정치적 상황을 무시한 채 모두에게 주홍글씨를 새겨선 안 된다”며“이런 잣대를 호남에 들이댈 경우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을 비롯한 외부 공심위원들은 물러설 기미가 없어 보인
다. 상황 논리에 끌려가면 결국 쇄신공천이 물건너갈 것이란 생각이 강하다.
박경철 공심위 홍보간사는 최종 결론이 미뤄진 데 대해“예외규정의 폭과
방식에 대해 공심위와 당 지도부의 생각이 조금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뒤“공심위는 처음부터 끝까지 예외규정없이 원칙대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