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개천에서는 용이 날 수 없을까. 자녀를 성공시키려면 서울로 보내야 할까.’
이런 의문에 대해 국책 연구기관이 “아직은 아니다”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교육을 통한 저소득층의 출세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4일 내놓은 ‘경제ㆍ사회 불평등과 교육가치’ 보고서에서 “부모 교육수준에 따른 자녀의 학력 차이보다는 학생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른 차이가 훨씬 큰 것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보사연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을 포함해 주요 40개국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부모 학력이 자녀 학력 격차에 반영되는 정도가 40개국 중 11위 수준인 반면 학생 노력에 따른 격차는 3위에 달했다. 이번 분석은 OECD가 전세계 40개국 중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학 평가점수를 토대로 이뤄졌다.
분석에 따르면 대졸 부모 자녀와 중졸 부모 자녀의 수학 점수는 33.97점 차이를 보여 우리의 벤치마킹 대상인 미국(67.07점), 영국(53.46점), 일본(39.21점) 등의 격차보다 낮았다.
반면 수학 과목에 열정을 갖고 공부하려는 학생과 그렇지 않을 경우의 점수 차이는 우리나라의 경우 28.24점에 달했다. 이는 스웨덴(31.08점)과 핀란드(29.10점)를 제외하고는 40개국 가운데 3번째로 높은 것이며, 미국(1.96점)이나 영국(3.57점), 일본(13.32점)은 그 격차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보사연 연구진은 “이같은 결과는 학생 개인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아버지 교육수준과 같은 배경적 요소의 영향력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보사연은 중ㆍ고등생 자녀를 교육 때문에 굳이 서울로 유학 보낼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분석 결과도 내놓았다. 중2 학생의 2005년 전국 수학ㆍ영어 학력 성취도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중1 학생의 수학ㆍ영어 학력은 서울이 광역시보다 높았으나 중2는 광역시의 학력이 서울보다 높았다. 한편 이미 선행연구에서도 확인됐지만 고소득층 자녀일수록 수학보다는 영어를 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어 점수는 월소득 600만원 이상 계층과 150만원 이하 자녀는 44.30점 차이가 난 반면 수학 점수는 같은 계층간 차이가 43.36점으로 나타났다. 또 600만원 이상과 450만~600만원 계층의 차이도 수학은 1.7점에 불과했으나, 영어는 7.04점에 달했다. 보사연은 “최상위 소득 계층 부모는 주요 과목 가운데 자녀의 영어실력 향상에 가장 많이 투자를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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