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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없는 자원전쟁/ <중> 원자재 패권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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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없는 자원전쟁/ <중> 원자재 패권시대

입력
2008.03.0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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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유명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지난달 베이징올림픽 예술고문직을 돌연 사임, 막바지 올림픽 준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중국 정부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중국이 수단 다르푸르 지역의 인종학살 사태를 막는데 소극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중국 정부는 석유 수입 대가로 수단에 각종 무기를 수출하고 있다. 이후 전 세계 유명 스포츠ㆍ연예계 스타들의 중국규탄 성명이 이어지며 베이징올림픽 보이콧 움직임마저 일고 있다.

이처럼 공든탑이 흔들리는데도 중국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현재 수단이 수출하는 석유의 3분의 2를 수입하고 있는 중국 입장에선 무기 수출을 중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올림픽을 통해 '중국의 저력'을 세계에 알리려던 중국 정부의 야심찬 계획이 '자원확보'라는 돌부리에 걸려 준비단계부터 삐거덕대는 셈이다.

석유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 세계 자원확보 경쟁의 주도권은 이제 '원자재 수입 강대국'에서 '원자재 수출 약소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세계 1위에 올라선 것을 비롯, 이란, 베네수엘라, 중국, 멕시코 등의 국영회사도 세계 10대 석유회사에 포함됐다. 지금까지 전 세계 석유시장을 좌우하던 미국, 영국 등 전통적인 석유 메이저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세계 원유 매장 1위국인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해 자원 국유화를 선언, 중남미 '반미 진영'의 지도자로 떠올랐다. 차베스 대통령의 영향력 확대 속에 볼리비아, 에콰도르, 우루과이, 칠레, 아르헨티나 등에 잇따라 좌파 정권이 들어섰고, 이들이 원자재 국유화 선언에 가세하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소비에트 정권 붕괴 후 한동안 후진국으로 전락한 듯 보였던 러시아도 풍부한 석유와 천연가스를 바탕으로 지난해 세계 3위의 외환보유국으로 발돋움했다. 원자재 개발을 위해 더 이상 서구 자본에 매달릴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러시아는 이 같은 자신감을 토대로 옛 소련연방에 대한 영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천연가스 생산량 세계 1위인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즈프롬은 지난해 가격 인상에 불응한 우크라이나에 대해 가스공급을 전격 중단했고, 우크라이나는 자국 영토를 가로지르는 러시아~서유럽 가스관을 폐쇄하며 맞섰다.

결국 양 측이 한발씩 양보해 사태는 수습됐지만, 유럽연합(EU) 국가들은 한동안 가스난에 시달렸고, 우크라이나보다 힘이 약한 벨로루시, 그루지아, 아제르바이잔은 최고 114% 인상된 가격을 받아드릴 수 밖에 없었다.

바야흐로 원자재 패권시대다. 에너지 자립도가 3.5%에 불과한 우리 입장에선 원자재 수입선 다변화 등 교섭력 강화가 발등에 불로 떨어진 셈이다. 최태원 SK 회장이 최근 다보스 포럼에서 "자원부국에 부족한 산업인프라를 구축해줘 이들 국가의 자원의존도가 낮아지면 국제 원자재 시장이 보다 안정될 것"이라고 지적한 것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박영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정유 및 석유화학, 발전설비 기술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아프리카 등 원자재 수출 약소국의 국가기반시설을 건설해주는 대가로 안정적인 원자재 공급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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