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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치자" 요동치는 세계 반도체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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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치자" 요동치는 세계 반도체 시장

입력
2008.03.0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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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D, 휴대폰과 함께 국내 정보기술(IT) 산업의 3대 축인 반도체 부문에서 세계시장 패권을 둘러싼 '합종연횡'의 회오리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로 다른 기술 방식을 고수하던 미국 마이크론과 대만의 난야가 이 날 50나노 이하의 D램 메모리 반도체 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로 전격 제휴했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이 사용하는 회로를 쌓아가는 적층(스택) 방식으로 반도체를 만드는 업체이며, 난야는 반대로 기판을 파내고 회로를 심는 트렌치 방식을 고수한 업체다. 지난해 4분기에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적자를 기록한 D램 메모리 반도체 업계들이 생존을 위해 '적과의 동침'에 나선 것이다.

이 같은 반도체 업계 간의 '짝짓기'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지난달 말 발행된 아이서플라이 보고서에 따르면 난야 외에도 대만의 프로모스가 일본 엘피다와 제휴를 맺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이닉스와 제휴 관계인 프로모스는 하이닉스의 60나노급 D램 기술 이전이 계속 늦어져 기술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리만브라더스는 이 달 초 발행한 보고서에서 "1990년대에 약 20여개 D램 반도체 업체가 존재했으나 2005년 이후 5개 그룹으로 재편됐고 2009년 이후에는 합병 등을 통해 3개 그룹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난야가 마이크론과 손을 잡으면서 트렌치 업계가 시장에서 더욱 궁지에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세계 반도체 시장은 8대 2 정도로 스택 업체들이 우세하다. 그런 점에서는 스택 방식을 채택한 국내 업체들에게는 청신호다.

그러나 국내 반도체 업계에는 긍정적ㆍ부정적 측면이 모두 작용해 양 사의 제휴를 무조건 반길 일만은 아니다. 긍정적인 면은 난야와 마이크론의 제휴를 시작으로 트렌치 업계의 이탈이 가속화하면서 스택 진영의 시장 장악이 유리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만일 난야가 마이크론의 스택 방식을 도입해 D램 반도체를 생산하더라도 초기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삼성전자 하이닉스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D램 공급량이 전체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국내 업체들에게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후발 업체들이 제휴를 통해 새 기술을 도입하면서 D램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을 늘릴 경우 국내 업체들은 가격 하락 영향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국내 업체들은 시장 추이를 지켜보며 D램 반도체 공급량을 조절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렇다 할 묘약이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D램 시장의 패권을 둘러싸고 합종연횡이 일어나는 격변의 시기"라며 "섣불리 수급을 조절할 수는 없는 만큼 숨죽이고 시장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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