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5일 추가로 삼성‘떡값 인사’명단을 발표하
면서 비교적 구체적으로 비리 의혹을 설명했지만 삼성 특검팀이나 검찰 등
수사기관이 이를 입증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김용철 변호사와 사제단의
폭로 내용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름
이 거론된 당사자들이“사실무근”이라며 의혹을 일축하면서 사제단과 김 변호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이경우 사제단은 상당한 곤경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대한변협 최태형 대변인은“사제단주장이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실명
을 구체적으로 공개했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다”며
“다만 사제단의 기자회견이 공익을 위한 목적이라는 점이 인정되면 면책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장, 청와대 민정수석 등 주요 국가기관 핵심인사들의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하려했다는 사제단 기자회견의 명분이 받아들여질 경우 위법성 조각사유가 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 김 변호사의 주장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느냐는 점이 명예훼손을 판단하는 보조적 잣대가 될 수 있다. 진술의 신빙성이 높다면 공익성이 인정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검찰관계자는“진술 외에 뚜렷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돈 전달 방법, 장소, 시점,목격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제단과 김 변호사 주장의 신빙성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성호국정원장 내정자의 경우 김 변호사가 돈을 직접 전달했다고 밝혔기 때문에 김 변호사의 진술을 구체적으로 들은 뒤 사실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의 경우김변호사가 단순히 전해들은 것을 말한 수준이라면 상황은 사제단에게 매우 불리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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