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텍사스, 오하이오 등 4개주에서 시작된 미 민주당의 ‘미니 슈퍼 화요일’대선후보 경선은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대세론과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사활을 건 반전 시도가 부닥쳐 불꽃을 튀었다. 오바마 의원은 내친 김에 4개 주를 석권, 힐러리 의원의 전의를 완전히 뿌리뽑겠다는 의욕을 숨기지 않았다. 힐러리 의원은 대형주인 텍사스, 오하이오에서의 승리를 대반격의 계기로 삼기 위해 오바마 의원의 약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총공세를 펼쳤다.
미 언론들은 대체로 힐러리 의원이 전패하거나 1,2곳에서 이기더라도 근소한 승리에 그칠 경우, 사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으나 힐러리 의원측은 이 관측을 일축했다. 힐러리 의원은 3일 경선 패배 시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데 대해 “이제 겨우 몸을 풀기 시작했다”며 “다음 대형주인 4월22일 펜실베이니아 경선까지 내다보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4일 4개 주 경선에서 모두 패하더라도 경선을 중도 포기할 생각이 없고 자신의 지역구인 뉴욕주에 인접해 있어 상당한 우위가 유지되고 있는 펜실베이니아주의 경선에서 다시 회심의 일격을 노리겠다는 결기를 보인 것이다.
힐러리 의원은 펜실베이니아주에 이미 선거 사무실을 열었고 심지어 5월6일 노스캐롤라니아 경선과 마지막 경선인 6월7일 푸에르토리코 예비선거를 위한 선거 사무실 개설 준비도 진행중이다.
오바마 의원은 자신에 대한 언론의 검증 등 대세론에 상응하는 정치적 과정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자 그 전에 힐러리 의원을 굴복시켜야 한다고 판단, 당내 지지자들을 총동원해 힐러리 의원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오바마 의원 진영은 3일에도“힐러리 의원이 승리에만 집착한 나머지 인신공격과 흑색선전 등 ‘진흙탕’정치 공세를 일삼고 있다”면서 “민주당의 단합과 11월 대선 본선 승리를 위해 힐러리 의원이 명예롭게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의원측은 힐러리 진영의 수석 선거전략가인 마크 펜이 최근 한 언론에 보낸 전자메일에서 “나는 직접적 선거운동 권한을 갖고 있지 않으며 외부에서 활동하는 메시지 조언자일뿐”이라고 말한 것이 힐러리측 조직 내부의 와해로 이어질지 여부도 주시하고 있다.
이에 맞서 힐러리측은 3일 “오바마 의원은 상원에서 ‘아프간 주둔군 감독위’위원장을 맡고 있으나 한번도 관련 청문회를 개최하지 않았다”며 오바마 의원의 국가안보 관리능력에 다시 초점을 맞췄다. 힐러리측은 “오바마 의원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비판한 뒤 캐나다가 문제를 제기하자 뒤에서는 캐나다를 안심시키기 위한 접촉을 갖는 등 밀실 거래를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오바마측은 “궁지에 몰린 힐러리 진영이 거짓말을 남발하고 있다”며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오바마 의원의 정치자금 모금책으로 시카고 저택구입에 도움을 줬던 토니 레즈코에 대한 사기, 뇌물수수, 돈세탁 혐의 등에 대한 재판이 3일 시작해 향후 경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관심이 모아졌다.
■ 알쏭달쏭한 텍사스주 경선같은날 예비선거·당원대회 잇따라 치뤄
3월4일 실시된 미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전의 '미니 슈퍼 화요일'4개주 경선 가운데 최대 승부처인 텍사스 경선은 그 방식이나 대의원 배분 방법이 다른 어느 주 보다도 복잡하다. 무엇보다 텍사스는 코커스(당원대회)와 프라이머리(예비선거) 가운데 하나만을 채택하지 않고 두 가지 모두를 같은 날에 잇따라 치른다.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부터 비밀투표로 행해지는 예비선거가 종료되면 15분 뒤인 오후 7시15분부터는 유권자들이 공개적으로 지지후보를 밝히는 코커스가 시작된다. 이때 예비선거에 투표했던 유권자가 다시 코커스에 참여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때문에 이제까지의 민주당 경선에서 코커스에 강점을 보여 온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텍사스주는 할당된 선언 대의원 193명(슈퍼 대의원 포함하면 228명) 가운데 65%에 해당하는 126명을 예비선거에서, 35%인 67명은 코커스에서 각각 뽑는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예비선거에서 득표율로 이기고도 대의원 확보수에서는 오바마 의원에게 지게 되는 상황도 생겨날 수 있다. 텍사스에서는 단순한 인구비례에 의하지 않고 2004년 대통령 선거와 2006년 총선 투표율을 감안, 각 선거구별로 대의원 수를 2~8명으로 차등을 두기 때문에 선거 결과 계산은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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