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에서부터 현 정부까지 청와대에 근무하고 있는 A씨는 최근 바뀐 내부 분위기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단순히 업무시간만 늘어난 게 아니라 전반적인 업무 스타일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5일 "참여정부의 업무시스템이 '신중한 방어형'이라면 이명박 정부는 '적극적 공격형'"이라며 "직원들이 스스로 머리를 짜내 일거리를 찾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A씨에 따르면 참여정부에서는 위에서 일거리가 하달되는 경우가 많았다. 대통령 지시가 밑으로 내려오는 하향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비서관 팀에서, 또는 개인별로 아이디어를 낸 뒤 일을 추진하는 상향식으로 바뀌었다.
이러다 보니 A씨는 퇴근 이후가 더 바빠졌다. 현장을 둘러보고 사람들을 만나야 생생한 업무 아이디어가 나오기 때문에 밤 시간대를 활용하고 있다.
잔여 업무의 인수인계 지원을 위해 현 정부에서도 청와대에 남아 있는 B행정관은 이전의 화합 분위기에서 성과식 경쟁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전에는 팀별로 회의를 한 뒤 옆 비서관 팀과 사안별로 함께 일을 추진하는 식이었는데 지금은 서로 새로운 업무 아이디어를 내려고 경쟁하는 식이라는 것이다.
B씨는 "다른 팀이나 직원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해 경쟁하고 있는데 마치 무역회사의 영업사원들 같은 분위기"라고 내부 공기를 전했다. B씨에 따르면 직원들이 출근시간이 1시간30분 가량 당겨진 점을 이용, 오전 회의 시간 때까지 신문과 인터넷 등을 샅샅이 뒤지고 있다.
기능직 직원인 C씨는 회의 횟수는 늘어났지만 회의 시간은 짧아진 점을 특징으로 지적했다. 이전에는 오전에 한 번 팀별로 회의를 하면 큰 줄기의 방향이 잡혀 그런 각도에서 일을 처리하면 됐는데 지금은 사안이 생기면 수시로 구수회의나 스탠딩 회의를 하며 업무처리를 보완해 간다는 것이다. 이전의 다소 경직되고 무거웠던 분위기가 속도감 있고 탄력성 있게 변했다고 한다.
이런 청와대의 변화상은 내부의 인테리어 재배치 현황에도 잘 드러나 있다. 청와대 여민관에는 사무실 내부의 칸막이가 낮아지고 의자도 고정형에서 바퀴가 달린 기능형으로 교체됐다. 전체 인원이 보이도록 시원스럽게 사무실 공간이 재배치됐고 직원들 간 소통을 가로막던 높다란 파티션도 대폭 낮게 설치했다. 청와대 전체가 기업 사무실 같은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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