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중재안이 조만간 공식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대한축구협회의 고민이 깊어 가고 있다. 오는 26일 열리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전을 놓고 FIFA가 사실상 북한의 주장을 인정하는 중재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FIFA는 ‘경기를 예정대로 평양에서 개최하되 태극기, 애국가를 FIFA기(旗)와 FIFA가(歌)로 대체한다’는 내부 중재안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평양에 태극기와 애국가를 허용할 수 없다는 북한의 주장과 어긋나지 않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 됐다.
하지만 FIFA 규정에 따라 애국가와 태극기 게양을 양보할 수 없다는 방침인 축구협회는 이 안을 받아들일 지를 놓고 내부적으로 고심하고 있다. 축구협회 유영철 홍보국장은 “아직 FIFA로부터 정식 공문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기본적으로 국제 축구의 룰을 준수하자는 방침이다”고 밝혔지만 이미 협회 고위 관계자들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섣불리 이 안을 받아들였다가는 규정 준수라는 원칙과 명분을 잃기 때문이다. 축구협회는 그동안 FIFA의 규정을 앞세우며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를 양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FIFA에 중재안을 맡긴 것도 규정을 준수하고자 함이었다. 그러나 정작 규정 준수의 주체인 FIFA가 예상 밖의 ‘전향적인’ 중재안을 내놓자 적잖이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이번 조치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 여론도 고민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축구협회 게시판에는 사실상 북한 손을 들어준 FIFA의 중재안에 대해 성토하는 의견이 많았다. 축구협회가 평양 경기를 추진할 경우 여론의 비판이 부담스런 상황이다.
김기범 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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