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대구 구장을 찾는 삼성(구단주 이수빈) 팬들은 약간의 불편을 감수해야 할 것 같다. 선수 프로필을 확인하려면 미리 삼성 구단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선수의 프로필을 인쇄해 경기장에 가져가야 한다. 갖가지 구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통로 역시 인터넷 홈페이지가 유일하게 됐다.
“팬북을 놔두고 왜 굳이?”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팬들에게는 아쉬운 소식이다. 삼성은 창단 이후 처음으로 올시즌 팬북을 제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현대가 예산 부족으로 어쩔 수 없이 팬북을 제작하지 못했던 것을 제외하면 보기 드문 일이다. 더욱이 삼성은 2000년대 이후 한국시리즈에서 3차례 우승을 차지하는 등 최고 명문으로 자리매김한 팀이다.
삼성 관계자는 4일 “어느 정도 예상되는 팬들의 반발은 감수하겠다”며 “팬북은 시즌 초반 한번 보고 말기 때문에 효용성이 떨어진다. 대신 홈페이지 내에 팬북에 포함되는 콘텐츠를 보강해 팬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예상 외로 당당한 반응이다. 그러나 홍보 담당자를 3명이나 두고도 평소 8개 구단 중 가장 무성의한 홍보로 질타를 받고 있는 삼성 프런트의 분위기를 고려하면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진다.
특검으로 뒤숭숭한 모기업의 분위기와 프로야구판 전체에 몰아치고 있는 구조 조정 바람에 편승한 선택인 듯 하다. 삼성은 지난해 12월 8개 구단 프런트 직원들이 모여 가진 윈터미팅 때부터 공공연히 “내년 팬북은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 절감이나 효용성 문제를 내세워 방침을 정하는 것은 구단 고유의 권한이다. 팬북의 효용성 문제가 거론된 것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1년 예산으로 300억원 가량을 쓰는 ‘공룡구단’ 삼성이 1억원 안팎이 소요되는 팬북을 없애는 것으로 예산 절감 효과를 노린다는 사실은 아쉽다. 겨우내 프로야구 개막을 고대해 온 야구팬들에게 제공하는 첫 공식 서비스가 팬북 발간이기 때문이다.
삼성 구단은 올해 캐치프레이즈로 ‘With fans, With Passion, Go V5!’를 채택했다. 그러나 ‘팬과 함께하는 시즌을 치르겠다’(with fans)는 구단은 ‘팬북’을 먼저 없애기로 했다. ‘일류 지향’과 ‘고객 우선’을 앞세운 모기업의 모토가 공허하게만 느껴진다.
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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