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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언씨, 176억外 또다른 뭉칫돈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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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언씨, 176억外 또다른 뭉칫돈 있었나

입력
2008.03.0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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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정부에서 정무장관, 체육청소년부 장관을 지낸 ‘6공 황태자’ 박철언(66)씨가 자신과 가족의 돈 170여억원을 횡령했다며 서울 H대 K(47ㆍ여)교수와 가족 등을 고소, 돈의 출처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비자금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지만, 검찰은 “정치자금이나 뇌물로 조성된 검은 돈이라 해도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수사 대상이 아니다”고 밝혀 돈의 성격 규명은 영구미제가 됐다.

박씨는 지난해 7월 자신의 돈 160억원을 횡령했다며 K교수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고소했다. 박씨의 형제와 부인인 현경자(61) 전 의원 등 가족들도 K교수와 가족 등 6명을 고소했다. 앞서 지난해 4월에는 박씨의 처남이 “K교수가 매형으로부터 건네받아 관리해 오던 176억원을 횡령했으며 이 중 16억원은 내 돈”이라며 경기 분당경찰서에 K교수를 고소했다.

박씨 측은 1998년부터 알고 지낸 K교수에게 2001년 176억원이 든 통장을 맡겼으나 K교수가 돌려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금 출처에 대해서는 “통일 문제를 다루고 탈북자 후견사업을 하는 재단을 설립하기 위해 가족들이 십시일반으로 출연해 모은 기금”이라는 게 박씨 측 주장이다. 그러나 K교수 측은 “통장 돈은 박씨 측이 내게 그냥 준 돈”이라며 횡령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가 K교수에게 맡긴 통장은 모두 50개 가량의 차명계좌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범죄행위로 조성된 자금이라 하더라도 뇌물죄(10년)나 구 정치자금법 위반(3년)과 관련한 공소시효가 지나 수사 대상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분당경찰서가 이르면 이달 말까지 고소 사건 조사를 끝낼 계획이어서 경찰 수사결과가 주목된다.

이와 별도로 박씨는 또다른 돈을 맡겼던 자신의 보좌관 출신 K씨에 대해서도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씨는 이에 대해 “친구 A씨에게 돈을 맡겼을 뿐”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용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다 96년 H대 교수가 된 K교수는 2004년 4월 서울 모 호텔에서 손가방을 잃어버린 뒤 6,300만원의 피해 금액을 신고해 경찰을 놀라게 했다. 400만원짜리 손가방에는 시가 3,800만원 상당의 다이아몬드와 시계, 1,000만원권 수표 1장, 100만원권 수표 5장 등이 들어있었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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