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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즈서 방출 당한 정민태 "후배들 생각해 도장 못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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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즈서 방출 당한 정민태 "후배들 생각해 도장 못 찍었다"

입력
2008.03.0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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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때문이 아니라 후배들이 너무 안쓰러워서 계약을 거부한 겁니다.”

4일 우리 히어로즈에서 사실상 방출통보를 받은 정민태(39)는 의외로 담담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아니라 이미 예상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정민태는 전화통화에서 “박노준 단장과의 첫 면담(2월22~24일)부터 (자유계약선수로)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돈 욕심 때문이 아니라 (희생을 강요 당하는) 후배들 생각에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수 없었다. (희생은) 나 하나로 족했으면 좋겠다”고 털어놓았다.

박노준 단장은 당시 정민태에게 지난해 3억1,080만원에서 2억3,080만원이 깎인(삭감률 74.3%) 8,000만원을 올 연봉으로 제시했다. 정민태는 구단의 막무가내식 후려치기에 반발, 김동수(3억원→6,000만원) 전준호(2억5,000만원→7,000만원) 등 고액연봉 선수들과 함께 사인을 거부했다.

정민태 등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않자 일부 팬들은 “전원 고용승계만 해주면 된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연봉삭감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 선수들이 돈 욕심을 너무 부리는 것 같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우리 히어로즈와의 인연은 끝났지만 정민태는 야구에 대한 열정까지는 접을 수 없다고 했다. 정민태는 당장 5일부터 모교인 한양대에 나가 후배들과 운동할 계획이다. 시범경기 선발등판 준비까지 마친 정민태의 몸 상태는 100%에 가깝다.

정민태는 자신을 버린 우리 히어로즈에 대한 서운함은 없지만, 16년 동안 몸담았던 현대(전신 태평양 포함)와 이별해야 한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라고 했다. 정민태는 92년 현대 전신 태평양에 입단, 통산 124승95패 3세이브 평균자책점 3.45를 기록했다. 99년에는 20승 투수의 반열에 올랐고, 이듬해에는 일본 요미우리에도 진출했다. 태평양과 현대를 통틀어 최고 간판 스타가 정민태였다.

“일부에서는 우리 히어로즈가 내보낸 선수들에 대해서 나머지 7개 구단이 받지 않기로 했다는 이야기도 들리던데 사실이 아닐 것으로 믿습니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습니다. 저를 필요로 하는 구단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운 뒤 명예롭게 선수생활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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