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4ㆍ9총선을 앞두고 공천 작업에 박차를 가하면서 공천을 둘러싼 긴장과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민주당은 4일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의 ‘예외 없는 비리인사 배제론’으로 당 안팎에 큰 파장이 일었고, 한나라당은 이날 공천의 최대 뇌관 지역인 영남권 심사에 본격 돌입하면서 공천 폭풍이 거세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날 박 위원장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비리 전력자의 경우 예외 없이 공천에서 탈락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파문이 일었다. 박 위원장은 “뇌물죄와 알선수재, 공금 횡령, 불법 정치자금 수수, 파렴치범, 개인 비리, 기타 모든 형사범을 포함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자는 공천에서 제외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야당은 권력에 대한 견제라는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 국민 뜻에 맞는 후보를 내야 한다”며 “억울한 사람이 나올 수 있겠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모두가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밝혀 자신이 제시한 공천 기준에서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박 위원장이 밝힌 원칙이 관철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 의원,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 신계륜 사무총장,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씨, 이호웅 김민석 전 의원 등은 전원 공천에서 탈락하게 된다.
이에 대해 당사자들은 “승복할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했고, 일부는 무소속 출마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손학규 박상천 공동대표는 오후 일정을 모두 취소한 채 박 위원장과 공천 배제 기준에 대한 조율에 나섰고, 저녁에는 긴급 최고위원회의까지 여는 등 온종일 당 전체가 술렁였다.
한나라당 공심위는 이날 대구 경북에 대한 2차 심사를 시작으로 텃밭인 영남권 공천에 본격 착수했다. 5일에는 부산 울산 경남 2차 심사를 할 예정이다.
공심위는 그러나 이날 대구 경북 심사에서 공천 내정자를 1명도 결정하지 못했고, 영남권 전체를 주말쯤 한꺼번에 최종 심사해 확정자를 일괄 발표하기로 했다. 이는 예상되는 공천 갈등을 우려해 갈등 폭발 시점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공심위 정종복 간사는 브리핑에서 “영남권의 경우 일부 확정자만 발표하면 다음 심사를 진행할 때 혼란과 지장이 생겨 한꺼번에 확정하기로 한 것”이라며 “최종 발표는 7일께 할 수도 있고 더 늦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천 탈락자들의 반발로 공천 후유증이 심각해 지고 있는 가운데 영남권 공천 결과가 나오면 공천 갈등과 후유증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영남권에는 친박근혜 성향 의원들이 대거 포진해 있어 이들의 공천 여부에 따라 친이명박계와 친박계 간 공천 갈등이 재분출할 가능성이 있다. 또 당의 텃밭인 만큼 다선 원로 중진 의원들도 많아 이들이 얼마나 물갈이 되느냐에도 시선이 쏠린다. 영남권 공천에 따라 이른바 ‘개혁 공천 ‘또는 ‘물갈이 공천’의 향배가 판가름 나게 된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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