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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겨 읽어야 할 러시아정치의 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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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겨 읽어야 할 러시아정치의 문법

입력
2008.03.0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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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드베데프 전 부총리를 새 대통령으로 뽑은 러시아의 변화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후계자로 지명한 메드베데프는 3일 실시된 선거에서 71%의 지지를 얻어, 오는 5월 푸틴이 8년 동안 권위주의적 통치권을 휘두른 대통령 자리에 오른다. 그러나 푸틴은 실세 총리로 남아 여전히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게 돼 있다. 이에 따라 전례 없는 ‘권력 분점’ 체제의 러시아가 안팎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비민주적 권력승계와 선거과정을 지적하면서도 러시아 국민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비해 보수적 언론 등은 향후 권력관계의 불확실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메르켈 독일총리가 논평했듯, 러시아 지도층과 국민은 ‘연속성과 안정’을 택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런 만큼 러시아는 국력과 위상 회복에 힘쓴 푸틴의 대내외 정책기조를 큰 변화 없이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전망은 ‘3선 금지’에 묶인 푸틴이 메드베데프를 형식적 후계자로 삼은 의도와 일치한다. 올해 42세인 메드베데프는 크렘린 권력기구를 장악한 상트 페테르부르크 법대 동문으로, 푸틴을 17년간 보좌한 충직한 측근이다. 따라서 그의 권위를 넘볼 수 없는 ‘하위 동반자’에 그칠 전망이다. 푸틴은 이미 경제분야 정책 결정권과 각료 임명권 등을 총리실로 이관, 국정을 이끌 채비를 갖췄다.

푸틴이 변칙적 권력구상을 실현한 바탕은 경제회복과 민생ㆍ치안 안정을 이룬 통치 역량에 대한 국민의 지지다. 또 미국과 나토(NATO)의 동구권 확장 등에 맞서는 자주적 외교안보 노선으로 국민적 자존심을 되찾게 했다. 이에 비춰, 국제 정치게임과 얽힌 서구의 잣대에만 의존해 푸틴과 러시아의 선택을 평가해서는 장래를 올바로 내다보기 어렵다.

러시아 언론은 메드베데프 체제를 ‘미래를 위한 교량’으로 평가했다. 또 EU는 러시아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이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우리의 대응도 이런 인식을 토대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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