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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서 거지 신세로… 횡령으로 거덜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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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서 거지 신세로… 횡령으로 거덜난 인생

입력
2008.03.04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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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산유국 브루나이의 국왕 동생으로 세계 최대 부자 중 한명으로 꼽혔던 제프리 볼키아(53) 왕자가 알몸으로 거리에 나앉을 신세가 됐다.

1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한때 영국 여왕보다 두 배나 많은 재산을 자랑했던 볼키아 왕자는 십 여년 간의 횡령 소송 끝에 지난해말 영연방 국가의 최종심을 담당하는 영국 추밀원으로부터 전 재산을 브루나이 정부에 헌납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이미 플라자아테네호텔과 피카소 르누아르 모딜리아니 등의 명화 컬렉션, 고급차, 요트, 2억 달러 어치의 최고급 다이아몬드 5개 등 수십억 달러의 재산을 정부에 반납했지만 남은 재산마저 송두리째 몰수당할 처지에 몰린 것이다.

현재 런던에서 세 아내와 함께 거주하고 있는 볼키아 왕자는 추밀원의 판결을 받은 뒤 “우리가 앞으로 어디서 살아야 할 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그의 변호를 맡은 필립 더글러스는 볼키아 왕자의 상황을 1917년 러시아 혁명 직후 겨울 옷조차 없이 거리로 내몰려 동사한 귀족들의 처지에 비유했다.

전 세계의 호화 저택을 사들이고 수집한 고급 차가 1,700여대에 달했던 그가 이런 신세가 된 것은 1990년대 말 148억 달러의 공금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80년대부터 10여년 동안 브루나이 투자청장과 재무장관을 역임하면서 롤스로이스 등 고급차와 유명 화가의 명화 컬렉션 등을 구입하는 데 정부 돈을 아낌없이 퍼 쓴 것이다.

형 하사날 볼키아 국왕이 동생 재산을 압수하기 위해 세 대륙에 걸친 소송을 진행해 결국 추밀원이 지난해말 시비를 가렸다. 볼키아 왕자는 국왕도 정부 돈 80억 달러를 끌어 썼고 자신의 공금횡령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서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더글러스 변호사는 “그는 전 생애에 걸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부를 갖고 있었다”며 “그런 그가 이제 시간표를 보고 버스를 타고 다닐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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