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의 영구치가 나지 않아요.”
방송작가 이선영씨는 지난해 낸 책 <대한민국 초등학생이 위험하다> 에서 아이(8)에게 영구치가 나지 않는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씨는 어느날 아이 젖니 2개가 빠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치과를 찾았다. “아이에게 젖니(유치)를 갈아줄 영구치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 생후 100일 무렵부터 젖니가 자라 모유 수유 때마다 가슴에 상처가 날 만큼 치아 성장이 빨랐던 아이여서 이씨에겐 더없는 충격이었다. 대한민국>
이씨의 아이처럼 요즘 영구치가 나지 않는 아이가 적지않다. 미국의 경우 5%(사랑니 제외)나 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지난해 일산 사과나무치과병원에서 진료 받은 15세 이하 어린이 300명을 X선 촬영한 결과, 17명(약 6%)이 영구치가 1개 이상 없었다.
■ 영구치가 안 나는 이유
유치는 보통 아래치아 10개와 윗치아 10개로 모두 20개이다. 어른 치아는 보통의 경우 28개, 사랑니 4개까지 포함하면 32개다. 영구치는 젖니가 일정한 교환시기를 거쳐서 나는 치아다. 6~12세에 젖니가 빠지고 영구치가 난다. 적게는 1~2개이지만 많게는 4~5개가 없는 경우도 늘고 있다. 전신 질환(외배엽이형성증, 다운증후군)과 관련된 경우 치아가 더 많이 부족하다.
영구치가 없는 가장 큰 요인은 유전적 이상으로 꼽힌다. 이선구 사과나무치과 원장은 “치아 발육의 첫 시기인 임신 6주쯤에 유전자 이상 등으로 인해 치배(齒胚 ㆍ치아를 만드는 싹)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선천성 결손은 젖니보다 영구치에서 많이 나타난다. 이런 경우 정상인에게서 1~2개가 없어지거나 이상이 있더라도 전신 질환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영구치가 나지 않는 것을 식품첨가물, 트랜스지방, 환경호르몬 등의 영향 때문으로 꼽고 있다. 이들의 섭취로 인해 뼈 발육이 늦어지고 섬유질 섭취가 부족해졌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인터넷에서는 분유 섭취, 항생제가 들어간 가축 사료, 설탕과 밀가루 등 정제식품의 유해성이 도마에 오르면서 부모들의 걱정은 더욱 커졌다.
치과 의사들은 이에 대해 “실제로 영구치가 나지 않는 아이가 늘었다기보다는 요즘 부모들이 아이의 외모, 특히 치아에 대한 관심이 워낙 많다보니 일부 과민 반응을 보이는 것일 수 있다”고 말한다.
연세대 치과병원 최병재 교수는 “선천적으로 어느 정도 작은 어금니, 아래 앞니가 없는 영구치 결손이 학계에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어린이 치과 전문의는 “아이들의 얼굴형이 턱선이 가는 V라인으로 바뀌면서 이가 자랄 자리가 없어져 영구치가 나지 않는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 어떻게 대처할까
영구치가 나지 않으면 우선 젖니를 가능한 한 오래 쓸 수 있도록 충치 관리 등 구강 관리를 철저히 해 주어야 한다. 젖니는 치아 표면을 둘러싼 법랑질과 상아질이 영구치에 비해 얇아 충치가 생기기 쉽다. 젖니는 13세 무렵까지 대부분 빠지지만, 관리만 잘 하면 30세까지 유지되기도 한다.
성장기 이후에는 임플란트 등과 같은 보철물로 빈 공간을 메울 수 있으므로 이 때까지 최대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또한 유치가 일찍 빠진 경우라면 치아의 공간을 유지해 주는 공간유지장치 등을 사용해 영구치가 나올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주고 옆 치아들이 쓰러지거나 쏠리는 현상을 막아야 한다.
덧붙여 영구치가 없이 치아가 성장할 경우에는 교정 치료를 통해 치열을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 또 영구치가 없는 경우를 대비해 최소한 초등학교 때에는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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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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