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너머의 초롱초롱한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별도 수첩을 준비해 강의 내용을 빠짐없이 적어가며 틈틈이 사진까지 찍는다.
컴퓨터그래픽 디자이너 오지혜(29ㆍ여)씨는 지난달 29일부터 사흘간 건국대 새천년기념관에서 열린 ‘한국야구위원회(KBO) 기록강습회’에 참석했다. 꿈꿔왔던 ‘기록원의 세계’에 입문하기 위해서다.
오씨는 회사 동료들이 주축이 된 사회인 야구팀에서 지난해부터 매니저로 일하면서 ‘기록의 매력’에 빠졌다. 팀원들이 마련해준 자료들을 보면서 기록 공부를 해왔다고. “그 전까지 기록에 대해서 전혀 몰랐는데 공부를 하다 보니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강습회를 통해서는 더 확실히 배울 수 있었어요. 기록원이 어떤 일을 하는지도 상세히 알 수 있었고요.”
이번 행사에 참가한 180여명 중 약 50명은 여성이었지만, 오씨처럼 전문기록원으로 나서려는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역대 사례를 봐도 KBO의 여성 기록원은 단 한 명뿐이었다.
김상영 KBO 기록위원은 “여자 기록원이 한 명 있긴 했는데, 7년 전 개인적인 이유로 그만뒀다. 지방 출장이 많고, 동료들도 다 남자라 아무래도 일하는 데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씨는 반드시 ‘KBO 2호 여성 기록원’이 되겠다며 다부진 각오를 다졌다. “중학생 때 오빠를 따라 잠실구장에 갔다가 야구에 반해버렸어요. 기록원이 되면 야구도 공짜로 보고, 좋아하는 선수도 가까이서 보니 그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겠어요?” LG 팬인 그는 99년까지 LG에서 포수로 뛴 김동수(우리 히어로즈)를 가장 좋아한단다.
오씨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서라도 기록원이 되고 싶어 하지만 일단 올해엔 꿈을 접어야 한다. KBO는 해마다 강습회를 통해 1, 2명의 기록원을 선발해왔지만, 올해는 채용계획이 없다.
그러나 오씨는 조급해 하지 않았다. “1년 뒤엔 꼭 기록원이 되기 위해 준비를 많이 해야지요. 강습회에서 배운 내용들을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열리는 사회인 경기 때 써먹을 거예요. 물론 프로야구 시즌이 시작되면 기록지를 들고 야구장에 ‘출근’해야겠죠?”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