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의식 속에서도 끈끈한 의리가 빛나는, 한마디로 남자들의 이야기를 써 보고 싶었어요.”
<오! 당신이 잠든 사이> <김종욱 찾기> 등 히트 뮤지컬의 작가 겸 연출가 장유정(32)씨가 오랜만에 신작을 들고 나왔다. 안동 이씨 종가의 장례식장을 배경으로 가족, 세대 간의 갈등과 화합을 담은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 는 4년 여의 숙성 기간을 거쳐 내놓은 기대작이다. “부자 아버지의 죽음 이후 삼형제가 재산 다툼을 벌인다는 내용에서 출발한 기획이 여기까지 왔네요. 형제애보다는 아버지와 아들 세대 간의 갈등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로 안동이라는 배경을 첨가해 본격적으로 쓴 건 2년 전부터예요. 어휴, 글 오래 쓰는 게 뭐 자랑인가요. 창피하네.(웃음)” 형제는> 김종욱> 오!>
그에 따르면 장례식은 죽은 자와 산 자의 화합의 장소다. 양반집 종손으로 한평생을 산 이춘배의 장례식장을 무대로 석봉, 주봉 두 아들이 옥신각신하는 <형제는 용감했다> 는 보수와 개인주의, 전통을 지키려는 구세대와 이를 뿌리치려는 신세대의 대립, 그리고 화해의 과정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형제는>
직접 발로 뛰며 채록하는데 열성적인 그는 평소에도 충분한 경험과 기록이 쌓인 뒤라야 펜을 드는 편이긴 하지만 이번 작품은 특별히 곰삭힐 시간이 필요했다고 한다. 신세대들은 알지 못하는 상례 등 우리 전통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현하고 싶어서다.
“전통 장례식을 제가 알면 얼마나 알겠어요. 시댁이 안동에 있고 외할아버지가 전남 영암의 11대 종손이신 게 그나마 힘이 됐죠. 퇴계 종가와 농암 종가 등을 찾아가 어르신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지만 가끔은 스스로에게 너무 어려운 과제를 준 것이 아닌가 싶을 때도 있었어요.” 뮤지컬계의 대표적인 흥행 작가로 자리매김한 그에게 로맨틱 코미디 같은 조금 덜 힘든 길을 선택하라는 이들도 많지만 그는 기왕이면 독특한 소재를 발굴하고 싶다고 한다. 지금의 힘든 도전이 훗날 경륜가가 되는 지름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연말 국내에서 처음으로 창작 뮤지컬 대본집을 펴내기도 했다. 질투 나는 삶을 살고 있다는 말에 지체 없이 “실은 루저(loser) 인생이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배우를 하고 싶던 시절도 있었는데 연기력이 뒷받침이 안 되더군요.(웃음) 그래서 살기 위해 조연출을 맡기 시작했죠. 대본집도 소설집을 내고 싶었는데 시간이 안 돼서 우연히 내게 된 거고요.” 자연히 ‘스타 연출가’라거나 ‘흥행 작가’라는 세간의 수식어가 부담스러워 도망가고 싶을 때도 있다고 했다. “가장 무서운 건 제 자신이에요. 스포트라이트를 받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성공을 향해 달리게 될까 봐서요. 결국 언어로 쓰여진 극작이라는 건 제 감정을 세상에 전하는 수단이 될 뿐인데 말이죠.”
작품의 내용은 각기 다르지만 그가 전하고 싶은 주제는 항상 같다. 인생이 조금은 녹록한 것이길 바라는, 그래서 오랜 시간 소통하지 못한 가까운 사람들에 대해, 내 가족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길 바라는 그의 마음이 이번 작품은 물론이고 웃음 속에 감동이 있는 ‘장유정표’ 뮤지컬에 잘 버무려 있다.
언제나 세상이 아름다워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는 그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궁금해졌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를 배경으로 여자들의 우정을 그린 1980년대 이야기죠. 다시 여자 얘기로 돌아가려고요.” <형제는 용감했다> 는 22일부터 6월 8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된다. (02)738~8289 형제는>
김소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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