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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愛] BMW 판매왕 김태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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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愛] BMW 판매왕 김태형씨

입력
2008.03.0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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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입차 업계 '빅3'인 BMW코리아에서는 지난해말 사원 한명이 화제가 됐었다. 그 주인공은 BMW 서울 딜러인 도이치모터스의 김태형(37) 차장.

신출내기 딱지를 막 뗀 3년차인 그는 지난해 무려 89대를 팔아 BMW 판매왕을 차지한 것이다. 그를 만나 세일즈 비결과 수입차 딜러 세계를 들여다봤다.

오전 10시 서울 양재동에 있는 도이치모터스 매장. 짧은 머리에 덩치 큰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큰 체구에 걸맞지 않게 수줍은 미소를 보내며 악수를 청했다. 판매왕을 차지한 축하 인사를 건네자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인다. 소감을 물으니 "꿈에도 상상 못했다"며 손사래를 쳤다.

외모와 달리 그가 수입차 딜러로 일하기 시작한 게 2005년으로 경력은 불과 3년밖에 안됐다. '나이에 비해 경력이 짧은 것 아니냐'고 묻자 수입차 딜러에 입문한 동기를 술술 풀어놓았다.

"원래 저는 화장품 판매점을 운영했습니다. 처음에는 장사가 잘됐는데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어려워져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그가 수입차 딜러가 된 동기는 생각외로 처절했다. 생계를 위해서 34살의 나이에 그는 한번도 경험하지 않았던 일에 도전해야 했다.

"화장품 가게를 정리하고 도이치모터스에 마케팅 직원으로 입사했어요. 그런데 전오수 사장이 화장품 영업 경력을 보고 딜러를 해보라고 권유해서 딜러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정말 무모한 도전이었다. 세일즈라는 큰 틀에서 보면 같지만 몇 만원짜리 화장품과 억대의 수입차를 파는 것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세일즈의 기본은 첫째도 고객, 둘째도 고객이라는 신념이 있었기에 과감해 수입차 딜러 세계에 뛰어들었다. "자동차에 관심이 없었으나 사장과 선배들이 영업 노하우를 전수해줘 쉽게 일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처음 1년 간 수험생 같은 생활을 했다. 거의 매일 '오전 8시 출근해 새벽 1시 퇴근'을 반복했다. 차량 등록, 금융 정보는 물론이고 경쟁사 차량에 대해서도 인지하기 바빴다. 첫해 성적은 32대. 초보 치고는 높은 성과였다.

첫해 수입차 딜러의 '감'을 잡은 그는 2006년 40대의 판매 실적을 올리며, 팀장으로 승진했다. 그 때부터 수입차 딜러로서 승승장구를 하기 시작했다.

그의 일과는 고객에서 시작해 고객으로 끝난다. 그래서 출근 시간은 있지만 퇴근 시간이 따로 없다. 고객이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간다. 김 차장은 아침 8시면 어김없이 매장에 출근한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팀원들과 매장 내 전시 차량을 닦는 것. "고객들이 전시장에 와서 가장 먼저 보는 것이 차량입니다. 차가 반짝 반짝해야 고객들이 차를 구매할 마음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그는 팀원들과 1시간 정도 회의를 가진 후 업무를 시작한다. 오후 업무 시간에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묻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고객들을 만나 차를 팔러 다닐 것이라는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그는 "고객들의 차량 애프터서비스에 가장 중점을 둔다"며 "고객들에게 전화해서 차량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만약 문제가 있다면 직접 가서 차를 가지고 서비스센터로 가거나 자비로 견인차를 보내 차를 가져오는 서비스를 한다"고 말했다.

저녁시간은 본격적인 세일즈 상담과 계약이 이뤄진다고 했다. 어찌 보면 그에게 가장 긴장되고 힘들면서도 가장 기쁜 시간이다. 저녁에 고객들과 주로 상담을 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이렇게 답했다.

"업무 시간에는 고객들이 다른 일에 신경을 쓸 수 없어 차 상담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습니다. 일이 끝난 후 고객들과 편안한 상태에서 상담을 하면 집중도가 높고 계약 성사율도 높습니다." 그만의 영업 노하우다.

그는 고객들과 편하게 만나 세상 돌아가는 얘기도 하며, 자연스럽게 차 얘기를 유도해 결국 계약을 이끌어낸다. 고객과 판매 계약을 한다고 해서 그걸로 끝이 아니다. 그때부터 더욱 바빠진다.

등록 및 금융 서류를 처리해야 하고 차를 출고하기까지 일분 일초가 긴장의 순간이라고 털어놓았다. 만약 제 날짜에 출고가 되지 않는다면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잃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차가 출고되는 전날은 야근이 기본이다.

그는 '수입차 세일에 왕도는 없다'고 말한다. 고객을 생각하지 않고 차 판매에만 신경 쓰면 당장 실적은 올릴 수 있지만 미래 고객은 놓치게 된다는 것이다.

김 차장은 "몇 대를 파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고객에게 얼마 만큼의 만족도를 주느냐가 중요하다"며 "고객에게 BMW차의 진정한 가치를 알리고 차를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딜러의 진정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 차장은 "차는 김태형이 알아서 다 해준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차에 관해서 라면 뭐든 해결해 줄 수 있는 마법사 같은 존재가 되고 싶은 그의 소망이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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